‘원재료 가격은 내렸는데, 소비자가는 되레 상승, 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주요 가공식품 상당수가 최근 1년 새 원재료값이 하락했음에도 소비자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잇따라 소비자 가격 인상에 나선 식품 기업들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9가지 주요 식품에 대해 지난해 9월과 올해 9월 사이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원재료값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8개 품목은 원재료값이 하락했으나 소비자 가격은 되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식품이 마요네즈다. 마요네즈는 1년 새 원재료값이 22.0% 하락했으나, 소비자물가지수는 26.0% 올랐다. 식용유 역시 같은 기간 원재료값이 27.5% 내렸음에도 소비자물가지수는 10.3% 뛰었다. 밀가루도 원재료값은 19.8% 떨어졌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6.9% 올랐다. 특히 식용유와 밀가루는 출고가가 각각 11.0%, 11.1% 상승하면서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렸다.
분유·우유·고추장·된장·쌈장·햄·아이스크림 등 6개 품목은 원재료값 상승률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더 높았다. 고추장은 원재료값이 5.7% 상승하는 사이 소비자물가지수는 무려 23.1% 뛰었다.
우유 역시 원재료값 상승률이 3.1%인데 비해 소비자물가지수 오름 폭은 8.5%나 됐다. 특히 우유 출고가 상승률은 1년 새 13.5%에 달했다. 더욱이 지난달 1일 원유 가격이 인상되기 전부터 제품가가 올랐다. 출고가 상승률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낮은 것은 그나마 대형마트를 비롯한 일부 유통업체가 각종 할인정책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아이스크림은 원재료값이 9.0% 올랐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14.8% 올랐다. 설탕·간장·케첩·맛김·즉석밥·오렌지주스·콜라·사이다·커피믹스·시리얼·냉동만두·초코파이·참기름·맥주·소주 등 나머지 15개 품목도 1년 새 모두 소비자 가격이 뛰었다. 다만, 상승률은 원재료값 상승률보다 낮았다.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이번 원가 분석에 사용된 원재료값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와 한국수입업협회, 농산물유통정보, 물가협회 등의 자료를 토대로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자체 산출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한겨레에 “최근 기업들이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잇단 가격 인상을 하고 있는데, 분위기에 편승한 부당 가격 인상 사례도 꽤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 쪽에선 주원재료 가격이 하락해도 물류비·인건비 등 부대 비용이 크게 올랐다고 반박하는데, 앞서 협의회가 품목별로 이런 비용을 모두 반영해 계산한 치킨·라면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 또한 과도한 인상에 대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 기업 스스로 이런 불합리한 가격 인상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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