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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 보르도가 대표적 … 아이코닉 디자인 이용해 대박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2005년 봄, 밀라노 디자인전시회에 사장단을 불러 모아 디자인 전략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브랜드 등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서 감성(感性)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백화점에서 한 제품이 고객의 눈을 붙잡는 시간은 겨우 0.6초에 불과하다. 이 시간 동안에 고객의 발길을 잡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애니콜은 세계 일류이지만 삼성의 평균적인 디자인 경쟁력은 1.5류다.”
그는 디자인이 기업경영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강조했다.
“디자인 같은 소프트한 창의력이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자 21세기 기업경영의 최후의 승부수가 될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CEO들의 디자인 교육을 외부에 위탁해 실시했다. 임원들의 교육 과정에도 디자인과 예술 그리고 감성 분야의 교육을 증가시켰다. 사장단과 함께 해외 디자인 전시회를 참관하고 디자인 전략 회의를 해외에서 주관하기도 했다.
최후의 승부수는 디자인
실무에서 혁신해야 할 일은 디자인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다.
전통적인 경영 프로세스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난 다음 디자인에 들어갔다. 이런 프로세스는 기술 중심적으로 개발된 제품을 디자인으로 포장하는 방식이 계속될 뿐이었다. 또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나오기 힘들었다.
이런 프로세스를 바꾸어서 고객이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가를 파악해 그것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그 다음에 기술을 개발하는 선(先) 디자인 형태가 되어야 했다. 디자인 후에 기술을 개발하고 마케팅이 지원하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리엔지니어링 (Reengineering)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먼저 제품 디자인을 하고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아이리버 MP3가 먼저 제품 디자인을 이노디자인에 의뢰해서 프리즘 형태로 만들고 그 안에 기술 설계를 했다. 초기에는 엔지니어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이 만들어졌다. LG 전자의 초콜릿 폰도 먼저 슬림형의 초콜릿 모양으로 제품 디자인을 하고 기술적 설계를 그 안에 맞추어서 한 것이다,
디자인을 먼저 한다는 것은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그들의 기호와 필요(니즈)를 제품의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다. 고객의 상징(Icon)이 될 만한 제품의 기능과 외형을 디자인하는 방법으로 아이코닉 디자인(Iconic design)이 있다. 이는 애플이 아이팟 모토로라가 레이저, 삼성전자가 보르도를 개발할 때 이용한 방법이다.
아이코닉 디자인의 기본 사상은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서 제품의 설계에 반영하고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제품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제품을 개발할 것인가를 고객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엔지니어가 공장의 연구실에 앉아서 기술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고객을 관찰하고 고객의 진짜 니즈(Real Needs)가 무엇인가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디자인하여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아이코닉 디자인은 기술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고객의 니즈를 읽고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디자인과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일련의 프로세스이다. 인간 휴머니티와 기술을 연결하는 감성과 기술의 결합작업인 것이다.
그 동안 마케팅팀, 디자인팀, 개발팀으로 분산되어 따로따로 수행되던 일들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연결하는 일이다. 마케팅에서는 고객 조사를 수행했고 디자인은 상품디자인을 해오고 개발에서는 기술 개발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분리되어서 일을 했고 정보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보공유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양적(量的)이었지 고객의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질적(質的) 자료는 무시되어 왔다.
그 동안 무시되어 왔던 질적인 자료를 중요시하고 단절되어왔던 프로세스를 연결하고 기술 중심적인 사상을 디자인 중심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디자이너는 단순히 그래픽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연결을 위해 엔지니어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엔지니어는 오로지 기술 개발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사용자 지향적이고 디자인 감각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디자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애플과 모토로라가 찾아준 새로운 혁신의 방법은 아이코닉 디자인이다.
김영한 마케팅MBA 대표 ceo@marketingmb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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