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체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가운데 14일 서울 중구 명동 상가의 야외 테이블이 출입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이 3조2500억원 규모로 들어간 가운데 앞서 편성됐던 소상공인 대상 피해지원금 사업 3건 중 2건이 예산을 다 쓰지 못하고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지원의 사각지대는 어느 정도고 왜 생기는지, 지원규모는 적정 수준인지 등 여러 방면에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마구잡이 예산 편성’이 이뤄진 탓이다.
올해 2차 추경에 담긴 소상공인 지원금은 지난해 4차 추경 ‘새희망자금’(3조3천억원), 2021년도 본예산 ‘버팀목자금’(4조5천억원), 올해 1차 추경 ‘버팀목자금 플러스’(6조7천억원)에 이어 네번째다. 4번의 소상공인 지원금 예산을 다 합치면 17조75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중복된 예산이 1조6천억원이나 숨어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희망자금은 당초 290만7천명에게 3조2180억원을 지급할 방침이었으나 5천억원가량이 남았다. 지급 인원이 251만1천명에 그쳐 지급액 기준으로 집행률이 85.9%밖에 안된 탓이다. 남은 5천억원은 올해 본예산에서 버팀목자금 예산에 활용됐다. 지난 1차 추경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버팀목자금 플러스는 385만2천명을 지원하기 위해 6조7350억원을 편성했지만 1조1천억원이나 남았다. 목표보다 100만명이나 모자란 285만4천명밖에 수령하지 못했고 지급액 기준 집행률은 69.3%에 그쳤다. 남은 1조1천억원은 다시 이번 2차 추경에서 희망회복자금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반복적으로 예산이 남았던 데에는 소상공인 지원금 사업의 효과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던 탓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초의 소상공인 피해지원금은 지난해 9월 지급돼 9개월이 경과했음에도 이에 대한 경제적·사업적 효과 및 집행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한 분석 결과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에도) 세부적인 선별기준 확정에 따라 실제 재정 소요가 추계치와 얼마나 차이가 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민에 지급됐던 1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정책효과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가 나와 있지만, 소상공인 피해지원금의 경우 본격적인 분석은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지원금 집행과정에서 예산이 남아도는 데도,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 탓에 지원금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아예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이들도 있다. 이번 희망회복자금은 똑같은 기간 동안 영업제한 조처를 받았더라도 매출이 클수록 지급액이 커지는데, 이미 타격을 입은 2020년 매출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크면 클수록 지원금이 적어지는 구조가 된다.
현재 추경안대로라면 코로나19 탓에 매출이 줄었는데도 아예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예정이다. 이번 희망회복자금은 직접적인 집합금지·영업제한 대상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실제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 ‘경영위기업종’을 지원 대상에 포함해 100만∼3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업종 평균’ 매출액 감소율이 20% 이상인 경우만 포함되기 때문에, 여기에 속하지 않은 소상공인은 업종 전체 평균과 관계없이 매출액이 20% 이상 감소해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 아울러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처를 받았더라도 아예 폐업한 소상공인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의 ‘폐업지원금’ 50만원만 받아야 한다.
한편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희망회복자금 예산을 최소 1조원가량 늘리는 데 합의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희망회복자금의 1명당 상한 지급액 900만원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2차 추경안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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