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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다시 불거진 이재용 ‘취업 제한’ 논란, 삼성 대응은?

등록 2021-08-10 16:46수정 2021-08-10 16:5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무부 결정에 따라 오는 13일 가석방된다. 지난 2018년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353일 만에 석방된 이 부회장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무부 결정에 따라 오는 13일 가석방된다. 지난 2018년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353일 만에 석방된 이 부회장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무부 결정에 따라 오는 13일 가석방된 뒤에도 ‘취업 제한’ 대상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법무부는 지난 2월 이 부회장을 취업 제한 대상자라 못 박고 회사 쪽에 통보한 바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14조에 따른 조처였다.

해당 법 조항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5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을 당시 인정된 횡령액은 86억원이었다. 이런 사정 탓에 이 부회장은 법정 구속 뒤 약 7개월 만에 풀려나긴 해도 곧바로 경영 일선에 나서기는 어려운 처지다.

삼성이나 이 부회장 쪽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예상된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선례가 선택지의 하나로 꼽힌다. 최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회삿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도 회장직을 유지했다. 취업 제한 대상이었음에도 미등기 상태의 ‘무보수’ 재직이라 취업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최 회장은 이듬해 사면·복권돼 당시 일었던 취업 제한 논란은 흐지부지됐다.

이 부회장의 현재 상태가 이와 비슷하다. 미등기·비상근 임원임에도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올라 있다. 이 부회장은 2019년부터 등기 임원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바뀌어 무보수 상태로 일하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는 여기에 더해 비상근직으로 바뀌었다. 취업 제한 시비와 무관치 않은 행보로 여겨지지만, 미등기·비상근과 ‘최고운영책임’은 썩 어울리지 않는 쌍이다. 법무부의 취업 제한 통보 뒤에도 실질적인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취업 제한을 어기고 있다는 비판을 부른 대목이다.

가석방 뒤에도 이 상태로는 경영 활동에서 많은 제약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 취업 제한을 둘러싼 논란으로 대외·공개 활동에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형기 만료 전 조건부 석방 성격이라 법무부의 보호 관찰을 받아야 하며 해외 출국 때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는 처지라는 사정도 있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계에서 주장하는 특별사면이 이 부회장 쪽에는 최선이나,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삼성 쪽은 취업 제한을 해제하는 시도를 하는 두 번째 선택지로 나아갈 수 있다. 가석방 결정 이틀째인 10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무부 보도자료를 보면, 수형 생활을 잘해서 가석방한 게 아니라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렇다면 경영 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해 가석방한 것이라면 일 열심히 하라는 뜻이니, 취업 제한을 푸는 게 맞지 않느냐는 논리다.

이 관계자는 “아직 가석방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취업 제한 해제를 요청할지 어떨지, 한다면 언제 할지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가석방 상태에선 보호 관찰, 출국 제한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취업 제한 대상으로 묶였다가 해제된 사례가 있다는 점은 삼성 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인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3월 퇴직했다가 7개월만인 10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경영 공백으로 회사가 어렵다며 김 사장의 취업 제한을 풀어달라는 삼양식품 쪽의 요청을 법무부가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었다.

취업 제한과 해제의 선행 사례가 드물고 건별로 판단이 달리 나와 삼성 쪽에서 해제를 요청한다고 해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다른 관계자가 “취업 제한 관련 내용이 불명확하고 복잡한 게 많아 가석방 결정을 앞둔 때처럼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는 심지어 취업 제한의 기산시점부터 명확하지 않음을 예로 들었다. 실제 관련 법규 내용과 달라 보이는 판례가 있다.

특경가법에선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이라고 돼 있지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관련 재판에선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취업할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올해 2월 나온 바 있다. 대법원 판단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나, 법 취지에 비춰 법무부 쪽의 해석상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법무부가 이 부회장 쪽에 취업 제한 대상임을 별도로 통보한 사실 자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취업 제한 규정을 둘러싼 혼란상의 한 예다. 재계 쪽에선 한 때 취업 제한 규정은 신규 취업에 국한할 뿐 기존 지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취업 제한 규정에 지금까지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고 판례도 왔다 갔다 했다”며 “이번 계기에 이 조항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올바른 선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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