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353일 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한 법무부 결정을 두고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전체 가석방 허가자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처럼 다른 사건으로 재판받는 수감자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도 전체의 1%가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가석방 결정이 ‘이 부회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해명에도 특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무부의 ‘2021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275명으로 전체 가석방 인원(7만553명)의 0.4%에 불과했다. 형기의 60%를 채우지 못한 이들은 54명으로 0.08%였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형기의 60%를 채웠다. 지난해로 범위를 축소해도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전체의 0.6%뿐이었다.
특히, 이 부회장처럼 다른 사건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이들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도 극히 드물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불법승계 의혹’ 및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수감 중인 사건 외에 다른 사건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던 중 가석방된 인원은 67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가석방 인원(7876명)의 0.85%다.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동시에 다른 사건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이들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비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가석방이 이 부회장 ‘맞춤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석방 자문 경험이 많은 김정범 변호사는 “이번 8·15 가석방 때 형기 79%를 산 초범도 가석방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상 수감된 사건 외에 추가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건이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이 예상되는 경우에나 가석방이 가능한 편인데, 이 부회장처럼 ‘불법승계’ 의혹 등 남은 재판에서 중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가석방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범계 장관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이어갔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가석방은) 이재용씨만을 위한 가석방이 아니다”라며 “가석방 요건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교정 시설의 수용률은 110%로 세계적으로 이렇게 수용률이 높은 나라가 거의 없다”며 “단계적으로 100%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재용씨 복역률이 60%인 점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니, 적어도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에 대해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가석방 심사 기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된다. 하지만 곧바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법무부는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을 통보한 바 있다. 경영 복귀를 위해선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을 해야 하지만 박범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취업승인 제한 해제는)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가석방된 이 부회장이 취업승인을 요청하고, 법무부가 이를 허용하면 사실상 법무부가 이 부회장 범죄 혐의에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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