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의왕/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정부가 결정하면서 그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구속 상태가 된 이 부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게 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나선다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이 부회장이 받는 재판은 그룹 지배권 불법승계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등) 재판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마약류관리법 위반) 재판 2건이다. 지난 4월22일 첫 공판기일이 열린 불법승계 의혹 재판은 현재 10회 공판기일까지 진행됐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등 총 11명이나 되고, 범죄사실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혐의 등으로 복잡하다. 이 부회장 등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재판 전부터 장기전이 예상돼왔다. 이 밖에 이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재판은 오는 19일에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재개하면 재판이 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면 산적한 경영과제 해소 등을 위해 국외 출장을 가려 할 것이고, 출장을 허가받는다면 재판이 그만큼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법무부로부터 ‘5년간 취업제한’ 통보를 받아 현재 삼성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상태지만,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풀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일 법무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 근거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설령 취업제한이 풀리더라도 국외 출장을 가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데, 이 부회장의 경우 도주의 우려가 낮고 재판에도 성실히 출석해온 터라 주요 사안의 경우 출국이 허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은 “법무부가 경영활동을 하라고 풀어줬으니 (이 부회장도) 성과를 내려 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 변호인도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경영활동하고 국가경제활동에도 이바지했다’는 논리를 펴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재판 장기화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재판이 길어지면 공판 담당 검사가 인사이동에 따라 공소유지를 못 하게 될 수도 있고 혹여 검사를 그만둘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선)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건이 늘어지는 게 피고인에게 반드시 유리하다고 할 순 없지만, 재판이 길어질수록 국민들에게 사건이 잊힐 수 있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이라고 짚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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