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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재부가 쏘고 민주당이 부추긴 ‘고무줄’ 재난지원금 논란

등록 2021-09-13 17:36수정 2021-09-14 02:38

당정 논의부터 널뛰던 지급 대상…일주일만에 이의신청 10만7천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 접수가 시작된 13일 서울 양천구 신정2동 주민센터에서 직원이 국민지원금 접수 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제공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 접수가 시작된 13일 서울 양천구 신정2동 주민센터에서 직원이 국민지원금 접수 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제공

지난 7월 ‘국민 88%’로 정해졌던 국민지원금의 지급 대상이 개시 일주일 만에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당정 논의 과정에서 70%→80%→84%→100%→90%로 널뛰기하다가 최종 88%로 결정됐는데, 실제 지급이 시작되자 10만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몰리면서 대상자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13일 0시 기준으로 총 2950만3천명이 국민지원금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일부터 국민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시작된 뒤 일주일 만에 지급된 누적 인원이다. 정부가 애초 추산한 지급 대상 약 4326만명의 68.2%에 해당한다. 문제는 빠른 지급 속도 만큼이나 빗발치는 이의신청이다. 지난 12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무려 10만7천건의 온라인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정부는 이미 이의신청 등을 통해 지급 받는 대상자가 일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지급 대상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지경이다 보니 애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던 정치권 인사들은 거듭 ‘국민의 88%’라는 기준을 공격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지급 대상은 애초 발표했던 88%보다 못 미친 83.7%로 4326만5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대상자 중 220만여명(4.3%)이 더 제외된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 국민 보편 지급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개인 기준으로 하면 83.7%지만 가구 기준으로는 88%”라고 해명했다. 모호한 지급 기준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 이어지는 셈이다.

여당은 한 술 더 떠 “지급 대상자가 하위 90%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혼란을 부추겼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합당한 이의신청을) 안 받아 줄 수는 없다. (추가 지급이) 2% 선까지 올라가 90%까지 될 것”이라며 “앞서 당이 전 국민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근거 중 하나가 기준선을 정할 때 선에 대한 이의제기, 공평에 대한 문제 제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급 대상이 2%포인트 늘어나면 3천억원 정도가 더 드는 데 불용예산을 활용하면 감당할 수 있다”며 지급 대상 확대를 기정사실화 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논란 진화에 부산하다. 이날 오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자실에 들러 “국회하고 애초에 정한 기준을 명백히 넘어서는 건 대상이 아니고, 경계선에 있어서 이의신청이 인정될 수도 안 될 수도 있고 재량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가능한 한 민원을 제기하신 분 입장에서 지원하면 좋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88% 지급 대상을 89%나 90%로 늘리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드렸을 때도 이의신청이 39만6천건이나 있었고 그중 90% 이상을 정부가 수용해드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의신청 폭주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취지다.

지급 기준을 둘러싼 혼란과 반발은 애초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국민지원금 선별 기준으로 삼을 때부터 피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 가입 유형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매겨지는 보험료가 선별의 기준이 되면서 불공평 논란은 불가피했으나, 정부가 기준 자체를 바꾸지 않고 제기되는 불만을 그때그때 막아냈다는 비판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기재부는 이의신청으로 현장이 얼마나 아수라장이 될지 고민도 없었고 대안은 외면해왔다”며 “정부·여당이 국민들과 현장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장난치듯 국가 정책을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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