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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복지 대폭확대’라는 착시…5.6% 증액 그친 사회복지

등록 2021-09-24 04:59수정 2021-09-24 08:12

전체 예산 증가율은 8.3%인데
그보다 낮은 건 9년 만에 처음
교육·돌봄 등 재정 절실하다더니
보건 분야 빼면 ‘찔끔’ 늘린 수준
“문재인 정부 복지지출 늘었지만
복지국가 기틀 마련에 실패” 평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저소득층 어려움, 교육·돌봄·자산 격차 확대 등 양극화 심화에 대응해 부문별 중층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적극적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편성된 복지 예산을 따져보니 ‘절실’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큰 틀의 복지 예산인 ‘보건·복지·고용’ 지출 증가액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보건 분야에 집중됐다. 반면 보건을 제외한 기초생활보장·노인·보육·일자리 등 사회보장 재원인 ‘사회복지’ 예산은 ‘찔끔 증가’에 그쳤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마지막 예산안의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에 못 미쳤다. 이는 9년 만에 처음이다.

23일 <한겨레>가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2022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보건·복지·고용 지출은 올해 본예산 대비 8.5% 늘어 총지출 증가율(8.3%)을 넘어섰다. 하지만 보건을 뺀 사회복지(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은 5.6%로 총지출 증가율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보다 낮은 것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예산인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5.6%) 자체도 2017년 이후 가장 낮다. 고용·노인·취약계층 등 주요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사회복지 예산을 비교적 착실히 늘려왔다. 4년 평균 증가율은 11.6%로 박근혜 정부 4년 평균(7.7%)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보수정부보다 양적으로 약간의 우위를 점하는 정도로 면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고 성과도 적지 않지만, 구조적인 불평등에 대한 대안 마련이나 복지국가를 향한 기틀 마련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 그동안 한국의 복지 확대는 증세 없이 재정 적자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치적·재정적 여지가 아주 적다”며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복지 체제에 대한 큰 비전을 세우지 않았고 당면한 문제만 풀어가는 식으로 대응해왔는데, 이런 방식으로 기획재정부가 제시하는 예산 제약의 틀을 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복지·고용 등 사회정책이 ‘경제 논리’에 좌우되는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2018년부터 사회정책 전략회의인 ‘포용국가전략회의’를 매년 재정전략회의 전에 열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딱 한번 개최하고 그쳤다.

우리나라 사회보장 수준은 주요국들에 한참 못 미친다. 사회보장 수준 비교의 대표적인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을 따져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1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한국은 최근 30년 동안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를 가장 급격하게 늘려온 나라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세금을 조금 내고 복지도 조금 받는 ‘저부담-저복지’ 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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