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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아동·노인돌봄·취약계층 예산도…코로나 시국 ‘생색내기 확충’

등록 2021-09-24 04:59수정 2021-09-24 08:23

기초생활보장 사각 여전하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도 ‘반쪽’
K자 양극화 해소 미진한 예산

아동·보육 지출 6.3% 증가 그쳐
각종 현금수당 늘린 건 ‘긍정적’
보육 인프라 예산 줄거나 그대로

노인복지 지출 8.3% 늘었지만
기초연금 예산이 80% 차지해
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되레 줄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취약계층 소득 보장, 보육 격차 해소, 노인 돌봄 확충 등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 3년차를 준비하는 정부의 2022년 예산안에는 “코로나 격차·불평등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취임 4주년 특별연설)던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충분히 담겼을까?

■ 저소득층 직격탄 맞는데…생색내기 확충뿐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의 여파는 저소득층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삶을 떠받치는 기초생활보장제가 확대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지만 예산 증가 폭은 아쉬운 수준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기초생활보장 지출은 16조7637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9.4% 늘었다. 생계급여(+6569억)·의료급여(+4428억)·주거급여지원(+1940억원)이 전체 증가분의 90%를 차지한다. 급여를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5.02%(4인 가구 기준) 올라 임기 내 최고 상승률을 찍었지만, 사실 지난해 기준 중위소득 산출 기준 변경에 따라 요구됐던 최소 인상률(6%)에는 못 미쳤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역시 반쪽짜리에 그쳤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한 생계급여와 달리 의료급여는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가구만 내년 1월부터 기준에서 제외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확충은커녕 기존의 약속도 못 지킨 셈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까지 닥친 지금은 문재인 정부 초에 잡았던 목표 이상의 획기적인 복지 확충이 필요한데, 소득보장 영역만 봐도 속도가 무척 더디다”며 “생계급여 등 취약계층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정책에서는 생색내기 수준의 확대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2017년 158만명(중복 포함)이었던 기초생활보장 총수급자 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6월 기준 200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넓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만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2018년 기준 73만명이라고 추정했다. 차상위 계층을 포함하면 132만명까지 늘어난다.

■ ‘돌봄 공백’…어린이집·요양시설 예산 줄어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돌봄 공백’을 드러냈지만 내년 아동·보육 부문 예산은 9조949억원으로 6.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번 아동·보육 예산은 현금 급여 지출이 늘어난 점이 주요한 특징이다. 아동·보육 부문에서 가장 지출이 많이 늘어난 3개 사업은 △첫만남 이용권(출산 바우처) △영아수당 △아동수당으로 모두 현금 또는 바우처 형태의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워낙 현금 급여가 적어서 보편적 수당을 늘려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돌봄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보육 인프라 예산은 초라하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2022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40% 달성”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20.4%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66%)에 훨씬 못 미치는 공약마저도 절반만 지킨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들인 예산을 살펴보면, 2018년 684억원→2019년 688억원→2020년 748억원→2021년 609억원→2022년 609억원으로 공약 달성 의지를 발견하기 어렵다. 어린이집 증개축과 개보수를 위한 기능보강 예산 역시 매년 집행률 100%를 달성했음에도 3년 연속 큰 폭 감액이 이뤄졌다. 2020년(-34.1%)과 2021년(-65.3%)에 이어 내년에도 43.8%나 감액되면서, 2019년 결산 기준 300억원이 넘던 예산이 3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노인 돌봄도 뒷전으로 밀려나긴 마찬가지다. 내년 노인 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8.3% 늘어난 20조4420억원이다. 이 가운데 기초연금 예산이 16조1140억원으로 전체 노인 복지 예산의 80%를 차지했고, 예산 증가분의 대부분도 기초연금에서 늘었다. 기초연금 말고는 눈에 띄게 증가한 노인 복지 예산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초연금 예산 증가 역시 정책적 의지보다는 ‘고령화’가 견인했다. 기초연금 단가는 기존 30만원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30만1500원으로 소폭 늘었을 뿐이고, 수급 대상자가 올해 598만명에서 내년에 628만명으로 5% 넘게 늘어난 것이 예산 증가 이유의 전부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연속해서 터졌던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올해보다 7.4% 줄어든 619억9천만원이다. 올해 예산에 일회성으로 책정됐던 방역지원비가 빠진 효과도 있지만, 실제 시설 확충에 쓰이는 지출만 비교해도 50억원 이상 깎였다. 그 대신 정부가 앞세운 노인 돌봄 사업은 양로원에 인공지능 스피커를 설치하는 ‘디지털 돌봄’이었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적 돌봄의 질적 전환이 필요한데 재정의 움직임은 무척 미진하다”며 “디지털 돌봄의 대상은 홀로 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이기 때문에 그저 부수적인 도구일 뿐이다. 정부가 사회정책을 산업 활성화의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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