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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꽃샘 추경’ 규모·재원 모두 안갯속…정부만 압박하는 여야

등록 2022-02-09 17:03수정 2022-02-09 21:13

여, 증액 요구하며 ‘국채 발행’ 거론 피하기
야, 예산조정 통한 재원 마련 원론적 언급뿐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을 다루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을 다루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코로나19 확진자는 급격히 불어나고 있으나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심사 속도는 더디다. 애초 목표로 삼은 처리 시한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으나 재원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추경 규모조차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증액에 따른 정치적 과실만 챙기고 부담은 정부에 떠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9일 <한겨레>가 전날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니,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예산 증액에 따른 재원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여야 모두 재원 마련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겼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재원 마련 방안을 여야가 가져오는 것을 전제로 추경 증액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민주당은 최소 35조원, 국민의 힘은 50조원의 추경 편성을 주장하는 터라 정부 안(14조원)보다 21조~36조원의 자금을 더 확보해야 한다.

민주당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한 증액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날 회의에선 구체적인 발행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을 향해 “이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각 상임위에서는 예비심사를 통해서 한 40조(원) 정도 더 늘려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빚내는 것밖에 방법 없다고 협박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양 의원은 4월 결산 뒤에 쓸 수 있는 순세계잉여금을 당겨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한국은행 누적적립금 비율을 낮추는 등의 재원 대책을 제시했다. 다만 이를 통해 활용 가능한 재원 규모는 제한적이고 법 개정 사안도 적지 않아 이번 추경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증액은 요구하면서도 이를 위한 국채 발행 규모는 제시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모양새가 연출된 건 정무적 고려가 반영된 탓이다. 민주당 내에선 “국채 발행을 (당이) 거론하는 건 사실 부담스럽다. 아직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인데 야당에 공격 빌미를 주는 꼴”이라는 반응도 있다. 국채 발행 규모를 당이 직접 제시했다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민주당이 몽땅 떠안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보다 더 큰 증액을 주장하는 국민의힘도 구체적인 재원 방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회의에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1월에 추경을 한 건 71년 만이다. 그만큼 필요성과 시급성에 의한 건데 세출 구조조정(예산조정)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만 말했다. 예산조정을 통한 재원 조달이라는 원론만 강조했을 뿐 어떤 사업의 예산을 깎을지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예산 조정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터라 세부 방안을 내놨다가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우려를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신규사업들 시작도 안 하고 미뤄졌다 하면 지역구 의원들은 감당하기 힘들다”며 솔직하게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았다.

추경 규모와 재원 방안 논의의 공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로 넘어갔다. 여야 모두 오는 15일(대통령 선거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을 넘기는 것에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그 전에 추경안을 처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는 “양당 견해차가 워낙 크고 협상 여지도 넓은 상황이라 현재로썬 추경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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