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관련 긴급 수출입업계 간담회 참석자들이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한 미국·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의 제재 조처가 날로 강화되면서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 금융회사들의 발걸음도 숨 가쁘다. 제재 논의에 한국 정부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터라 정확한 정보 확인부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는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 등 국제 사회와의 대화와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 “대체결제 방안 있나?“…정부에 문의 폭주
24일부터 가동을 시작한 ‘러시아데스크’에는 모두 60여건의 문의가 쇄도했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미국의 대러시아 수출통제 조처의 정확한 내용과 대응 방안을 안내받기 위해 정부 문을 두드린 것이다. 러시아데스크는 수출통제 강화에 대비해 정부가 마련한 기업상담 전담 창구다. 수출대금이나 출입국, 물류 애로 등을 묻는 문의도 코트라(무역투자24,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반)에 71건, 무역협회에도 35건이 들어왔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은행 일부를 배제하고 한국 정부도 여기에 동참한다고 밝히면서 무역 결제에 대한 궁금증도 수출 전선 현장에선 작지 않았다. 이승훈 금융감독원 포용금융실 팀장은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오전에만 10여건 문의가 접수됐다. 수입대금 결제 우려와 함께 대체결제 시스템에 대한 문의였다”며 “세부 지원방안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상담할 예정이다. 아직은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답변을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스위프트 배제 등 대러 금융제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200여개 국가의 1만1천개 은행을 연결해 은행 간 자금결제·메시지 전송 등을 처리하는 금융통신망이다. 거래 은행이 스위프트에서 빠질 경우 결제·송금을 하기 어려워진다.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은행의 러시아 지점들과 거래해 영향은 크지 않다. 현지 러시아은행과 직접 거래하는 중소기업에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 동참과 기업 애로 지원의 간극”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취하면서도 우리 기업의 어려움도 살펴야 하는 정부로선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는 않다.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제재 동참을 너무 강조하면 러시아를 자극해 우리 기업과 교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애로 기업을 적극 지원한다고 하면 (제재 조처의) 빈틈을 정부가 찾아주려는 것으로 (국제 사회로부터)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조와 지원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기업의 상담 지원 활동과 별개로 제재 정책을 좌우하고 있는 미국, 국제기구 등과의 대화를 부쩍 강조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주 중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국장급 협의를 벌이고, 직접 미 정부 고위층도 연쇄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제재에 따른 한국 기업의 무역 결제 애로를 줄이기 위한 ‘관계 외교당국과의 협력’을,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특별이사회를 통한 구체적 협력방안 모색’을 언급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에너지와 곡물 등의 상품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일단 원유는 106일분의 비축유가 확보돼 있으며, 사료용 밀은 5개월분, 사료용 옥수수는 4개월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