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화상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 AFP 연합뉴스
정부는 러시아가 수출 금지·제한하기로 한 품목을 5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지 또는 제한 대상 품목이 대개 외국산 장비 위주여서 애초 우려했던 것만큼의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이 러시아의 ‘비우호 국가’ 명단에 들어 있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3일 “외국산 장비 중심으로 러시아가 수입한 것을 재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라 일단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품목이 500개에 이를 정도로 방대해 당장은 정확히 말하기 어렵고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의 다른 관계자도 “러시아 현지에서 만들어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은 (금지·제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업종별 영향에 대해선 추가로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러시아가 지난 9일 발표한 수출 금지 및 제한 조치 관련 대상 품목의 상세 목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상 품목이 반도체 소자, 전자 집적회로(IC) 등 500개(금지 219개, 제한 281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러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는 주로 수입산 제품·장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 등 서방의 대러 수출 통제로 인해 러시아 내 외국 기업 소유 장비의 반출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 쪽이 수출 금지·제한의 명분으로 “(관련) 제품 및 원자재의 러시아 내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 방지”를 들고 있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 경계하는 대목은 이번 조처 자체보다는 러시아 정부의 가변적인 정책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다. 러시아 정부의 이번 수출 금지·제한 조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 5개(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압하지야, 남오세티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러시아가 비우호 국가로 명시한 나라들에는 추가적인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수출 금지·제한 조처 발표 때 비우호국에는 별도의 추가 제재 뜻을 내비치고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가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발표한 비우호국가 명단에는 한국을 포함해 48개국이 올라 있다.
산업부는 현재 총 500개에 이르는 대상 품목을 포함한 전체 문건에 대한 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른 시일 내에 기업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달 중 1차관 주재로 열릴 공급망 점검회의 등을 통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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