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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4월초까지 또 27억달러…불씨 여전한 ‘러시아 디폴트’

등록 2022-03-21 19:00수정 2022-03-22 02:34

1차 위기 넘겼지만 상환일정 줄줄이
외화유동자산 턱없이 부족해 우려
서방 교란 ‘고의 디폴트’ 가능성에
거래 막혀 ‘기술적 디폴트’ 위험도
지난 20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반전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돌프 히틀러, 요세프 스탈린의 사진과 함께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반전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돌프 히틀러, 요세프 스탈린의 사진과 함께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일단 벗어났지만 불씨는 살아있다.”

러시아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만기가 된 외화 표시 국채 상환에 일단 성공했지만 디폴트 위험은 여전하다. 만기가 임박한 외화 표시 국채가 작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상환 능력과 의지, 경제 제재 속에 상환금이 제대로 전달될지 여부 등에 주목한다. 일부에선 디폴트 발생시 세계 금융 시장에 작지 않은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는다.

■ 줄줄이 상환일정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가 달러나 유로 등으로 갚아야할 외화 표시 국채의 만기가 오는 21일(현지시각, 6563만달러·약796억원)과 28일(1억200만달러), 31일(4억4653만달러) 연이어 예정돼 있다. 이달에만 갚아야할 원리금이 6억1천만달러를 웃도는 셈이다. 내달에는 하루(4일)에만 21억2938만달러를 갚아야 한다.

문제는 러시아가 들고 있는 달러 등 외화 유동 자산이 부채를 상환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디폴트 우려가 가시지 않는 까닭이다. 러시아는 6천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나 서방의 금융 제재로 쓰지 못하는 돈이 대부분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당장 쓸 수 있는 달러 등 현금은 300억달러 수준에 그친다고 보고 있다.

■ 고의 디폴트 가능성도
물론 일부에선 외화표시 채권 중 일부에는 ‘대체(fallback) 조항’이 담겨 있다는 점을 들어 디폴트 가능성을 예단할 수는 없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대체 조항은 달러 혹은 유로 표시 채권이더라도 러시아 통화인 루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가리킨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센터장은 <한겨레>에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발행된 러시아 국채에는 대체 조항이 있다”며 “3월 말 만기 예정 채권 일부는 대체 조항이 있으나 4월 초 만기 예정 채권에는 해당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외려 일부에선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고의 디폴트’ 가능성이다. 지난달 말부터 수위를 높여가는 서방 세계의 금융 봉쇄 탓에 루블 폭락·신용등급 강등 등 디폴트에 준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미 겪고 있는 터라 러시아가 서방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려 일부러 돈을 안 갚는 ‘물귀신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 갚고 싶어도 못 갚는 사태
기술적(Technical) 디폴트 여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러시아가 상환 의지가 있어도 서방의 금융제재 탓에 채권자에게 자금이 흘러가지 못해 발생하는 디폴트다. 현재 러시아는 경제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는 ‘에너지’ 수출대금 결제를 제외하고 대부분 막혀있다. 지난 16일 러시아 국채 이자 상환 때, 러시아 쪽에선 ‘돈을 보냈다’고 하고, 채권자 쪽에선 ‘못 받았다’고 하는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진 배경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에스앤피(S&P)는 지난주 “앞으로도 러시아가 투자자들에게 송금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국채 원리금 상환용 외환 거래도 미국이 봉쇄하기로 한 시점인 5월25일 이후에는 이런 기술적 디폴트 위험은 매우 커질 수 있다

■ 실제 디폴트 발생한다면?
디폴트가 현실화된다면 그 여파는 어느 정도일까. 러시아에서 돈을 못 받는 해외 투자자들과 여기에 맞물려 있는 또 다른 투자자들로 이어지는 연쇄 작용을 거치며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수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러시아와 해외 투자자들의 거래 상황을 보면, 충격 예상 규모는 크지 않아 보인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해외 기관의 러시아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 은행의 러시아 익스포저(특정 국가·기업과 연관돼 손실 가능한 금액)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215억달러로 2013년 4분기(2564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 253억달러, 프랑스 252억달러, 오스트리아 175억달러, 미국 147억달러 등이며, 한국은 17억달러에 그친다.

다만 디폴트는 터져봐야 피해 규모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15일 “금융위기 역사를 보면 예견하지 못한 변수가 불거지며 큰 재앙이 초래돼 왔다”고 썼다.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운 러시아발 금융 리스크가 잠복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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