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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카자흐 황무지서 ‘제2 석유신화’ 퍼올린다

등록 2006-02-22 18:32

2000년 베트남 시추 주역…아다광구 첫 승부처
현지 인허가 까다롭고 고난도 시추 기술 필수
다음 과녁은 카스피해…“올안에 콸콸콸” 의욕

세계를 뛴다/⑨ 곽정렬 석유공사 카자흐사무소장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에서 비행기로 2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서북부 도시 악토베. 여기서 눈과 얼음, 푹 팬 웅덩이가 뒤섞인 험로를 타고 남쪽으로 5시간 가량 내려가면 광대한 황무지 위로 수백개의 원유 생산시설이 펼쳐진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 CNPC가 개발한 켄키약 유전이다. 여기서 10㎞ 가량 더 내려가면 바셴콜이란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힘든 황무지와 천지를 뒤덮은 눈, 영하 30도의 칼바람밖에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는 조만간 거대한 석유 시추장비가 들어서게 된다. 한국석유공사와 엘지상사가 컨서시엄을 구성해 개발하고 있는 아다광구의 최초 시추지점이 될 곳이다.

“이곳은 소련 시절에 지하수를 개발하다가 기름이 터져나온 곳입니다. 지질구조 등 모든 면에서 양질의 석유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0일 아다광구 개발의 전진기지인 한국-카자흐 합작회사 ‘아다오일’ 사무실 개소식에 맞춰 이곳을 찾은 곽정일 석유공사 카자흐사무소 소장은 시추탑이 설치될 주변 지형을 꼼꼼히 둘러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함께 현장을 찾은 아다오일의 수석 지질학자 예브게니 트롭과 수석 엔지니어 자나베르게놉 누르가지는 주변 상황을 열심히 설명한다. “모든 여건이 다 좋지만 지하 15~150m 지점에 지하수층을 오염시키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이곳은 카자흐 서북부지역의 상수원에 인접해 있거든요.”

알제리 사막과 베트남 앞바다를 비롯해 세계 각국을 돌면서 20여년 동안 유전개발에만 매달려온 곽 소장에게 황량한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 카자흐 육상유전 개발은 그렇게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2003년 수단에서는 광구를 둘러보러 갔다가 차가 뒤집혀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다. 어떻게든 원유 개발에 성공해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 때문이다.

추정 매장량 5억 배럴 달해


아다광구는 여러가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석유공사가 유전개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카자흐 지역에서 첫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추정 매장량도 5억배럴에 이른다. 석유공사는 오는 3월 아다광구 시추에 이어 올해 안으로 몇배나 큰 카스피해 해상 잠빌광구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며, 이 밖에 2~3개 광구를 추가로 물색 중이다. 원유개발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곽 소장을 카자흐에 배치한 것도 석유공사의 이런 장기 구상에 따른 것이다.

<b>이곳을 뚫어야</b> 곽정일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사무소장과 아다오일의 수석 지질학자 예브게니 트롭, 수석 엔지니어 자나베르게놉 누르가지(오른쪽부터)가 아다광구 바셴콜의 시추 예상 지점 앞에서 지질구조와 시추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바셴콜(카자흐스탄)/정남기 기자 <A href="mailto:jnamki@hani.co.kr">jnamki@hani.co.kr</A>
이곳을 뚫어야 곽정일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사무소장과 아다오일의 수석 지질학자 예브게니 트롭, 수석 엔지니어 자나베르게놉 누르가지(오른쪽부터)가 아다광구 바셴콜의 시추 예상 지점 앞에서 지질구조와 시추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바셴콜(카자흐스탄)/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곽 소장은 지난 2000년 베트남 15-1광구 흑사자유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원유를 뽑아내는 데 성공한 장본인이다. 당시 곽 소장은 탐사부장으로서 최종적으로 시추 위치를 결정했고, 그곳에서 원유가 터져나오면서 신화 창조의 주역이 됐다. 그는 2003년 베트남에서 철수해 본사로 지난해 8월 다시 카자흐 현장으로 나왔다. 고유가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카자흐 원유개발을 하루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곽 소장은 “어떻게든 올해 안으로 석유를 뽑아내겠다”고 강한 의욕을 내보였다. 그러나 주변 여건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석유공사는 악토베에 전진기지를 마련한 만큼 3월 중으로 바로 아다광구에 대한 시추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보다 정확하다는 탄성파탐사를 실시해야 하며, 드릴링 업체도 선정해야 한다. 카자흐 정부로부터 수십가지 인허가도 받아야 한다. 서류를 모두 제대로 갖췄는데도 인허가가 나오지 않는 일도 있다. 이럴 때는 현지의 ‘유력 인사’를 동원해야 한다. 시추 과정에서도 기술적인 난제가 많다. 지하 1천m 이내는 손쉽게 파고내려갈 수 있지만 요즘 그런 유전은 찾기 힘들다. 지하 3천~5천m 파고 내려가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방향이 1mm만 틀려도 정작 원유가 있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수백m의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몇년에 걸친 꾸준한 노력이 수반돼야 합니다. 현지 인맥을 찾아들어가 광구를 따내기까지 2~3년,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해 본계약을 체결하기까지 1~2년, 탐사·시추·산출시험을 끝내기까지 1년여. 정부나 회사 차원에서 일시적인 성과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성공하는 사업입니다.”

일시 성과보다 장기 안목 필요

잠빌광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과 카자흐 두나라 대통령 사이에 합의가 있었는데도 광구를 몇개 줄 것인지로 1년여, 계약조건 협상으로 1년6개월을 끌었다. 1~2달 안에 본계약이 체결될 전망이지만 그 뒤에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수심 3~4m밖에 안되는 얕은 바다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시추선을 3년에 걸쳐 새로 제작해야 한다. 시추선 제작에만 1천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다.

“어쩌면 이번이 원유개발 현장에서 일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든 3년 안에 승부를 내겠습니다.” 제2의 신화 창조를 위해 이미 카자흐에 ‘올인’한 곽 소장은 이 말로 자신의 의지를 대신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카자흐는 지금 ‘러브콜’ 격전중

세계적 유전지대 각광…한국업체들 진출 활발

카자흐스탄은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원유 수송로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았던 카자흐 서쪽 카스피해 인근은 중국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중동을 뒤이을 세계적인 유전지대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서둘러 진출하고 있다. 가장 빠른 곳은 세림제지가 투자한 서북부 웨스트보조바 유전과 사크라마바스 유전이다. 석유공사와 엘지상사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아다광구와 인접해있다. 현재 1㎞ 이상 뚫고 내려간 상태여서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세림제지 최원유 이사는 “산출시험 등 경제성을 평가하는 작업까지 고려하면 연말 정도에 추정 매장량 등 시추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공사가 참여하는 아다·잠빌·쥬반탐 광구가 있다. 잠빌은 카즈무나이가스라는 현지 석유회사가 50% 한국쪽이 50%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컨소시엄에는 석유공사를 비롯해 에스케이㈜, 엘지상사, 삼성물산, 대성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주로 종합상사나 정유회사들이 광구를 따내고 탐사, 시추에 전문역량을 갖고 있는 석유공사가 운영을 맡는 형태로 합작이 이뤄지고 있다.

에스케이㈜ 등 민간 회사들의 독자적인 광구 개발도 활발하다. 에스케이㈜ 현지 지사의 황인구 부장은 “현재 3~4개 후보지역을 선정해 본사에 넘겼으며, 앞으로 2~3개를 추가해 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한 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엘지상사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아다, 잠빌 광구 외에 추가로 개발할 유전을 물색 중이다. 엘지상사는 지난해 초 카자흐에 진출해 불과 몇달 만에 아다광구 개발권을 따내는 등 카자흐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1~2년 뒤부터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 성과가 속속 나타날 전망이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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