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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지역사회와 밀착 옌청의 ‘산타’

등록 2006-03-08 18:05

강소모비스 홍성운(사진 왼쪽) 관리부장이 운전석 모듈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에게 애로사항을 물으면서 웃고 있다.
강소모비스 홍성운(사진 왼쪽) 관리부장이 운전석 모듈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에게 애로사항을 물으면서 웃고 있다.
기아차 현지공장에 부품 공급
주말마다 직원들과 봉사활동
현지언론서 10대인물로 선정
현대·기아차 경쟁력에 도움

세계를 뛴다/⑪ 중국 장쑤모비스 홍성운 부장

모비스 직원들이 유아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와르르 몰려들었다. 아직 젖먹이 아이들이어서 말도 잘 못하지만 직원들의 작업복을 보고 금새 알아봤다. 얼마전 언청이 수술을 했다는 두살배기 조푸엔은 흥분한 듯 왔다갔다 하더니 한 남자에게 폴짝 뛰어안겼다.

중국 강소모비스에서 일하는 홍성운 관리부장(42)은 옌청시립 아동복지원 아이들한테 산타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인구 800만명의 옌청시에서 ‘모범 시민’으로 존경도 받고 있다. 홍 부장은 중국 현지법인에 부임한 지 1년반 만인 지난 2004년 12월 현지 유력 언론인 <염성만보>의 1면에 ‘옌청을 빛낸 10대 인물’로 소개됐다. 이 신문이 선정한 10대 인물은 중국 공산당 원로 저우주린, 여자탁구 국가대표 선수 루인나, 농민대표 다이웬메이 등 중국 안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옌청 출생 유명 인사들이다. <염성만보>가 이런 사람들 틈에 ‘한국인 홍성우’를 대문짝 만하게 소개한 이유는 매월 마지막 주말마다 직원들과 함께 찾아다니는 고아원과 양로원 봉사활동 때문이다.

“대외업무를 맡고 있어 회사 방침에 따라 앞장 서 봉사활동을 한 것뿐인데 옌청시 당국이나 언론에서 좀 과하게 키워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이런 활동이 하도 흔해 뉴스거리도 안되는데…”

현대모비스가 100% 출자한 강소모비스는 기아자동차의 중국 현지공장에 자동차 모듈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아차가 장쑤성 옌청시에 있는 공장을 ‘둥펑위에다기아’라는 합작법인으로 키우면서 동반 진출하게 됐다. 자동차 부품회사는 소비자와 직접 맞닥뜨리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강소모비스도 400여명의 현지 채용 직원들만 잘 관리해 둥펑위에다기아에 차질없이 모듈을 공급하면 ‘임무완수’다. 그런데도 강소모비스는 현지 진출 초기부터 ‘지역사회와의 밀착’을 중요한 과제로 여겼다.

홍 부장은 “중국 사람들이 모두 배타적이진 않지만 외자기업들이 ‘돈만 벌기 위해 들어왔다’라는 인식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역사회에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우리 제품을 장착한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옌청시립 아동복지원을 방문한 강소모비스 직원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원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 강소모비스 제공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옌청시립 아동복지원을 방문한 강소모비스 직원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원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 강소모비스 제공
강소모비스 등 한국에서 온 기업들에 대한 옌청시민들의 호감은 시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옌청시에는 기아차 공장을 중심으로 20여개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는데, 주재원들을 모두 합쳐봐야 100명에도 못미친다. 가족들은 대부분 동남쪽으로 약 400㎞ 떨어진 상하이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웬만한 관공서 안내문이나 도로 표지판, 버스 정류장 등에서는 중국말을 한국말로 친절하게 번역해 적어놓았다. 시내 택시는 10대 가운데 7대꼴로 기아차 제품이다.


옌청시립 아동복지원의 홍홍 원장은 “중국에서는 기본적으로 고아나 불우한 노인들을 정부가 책임지기 때문에 모비스처럼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얼마 전에는 정부 보조금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언청이,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를 지원해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곁에 있는 홍 부장을 가리키며, “주말이나 명절 때면 원내 아이들이 모두 창밖을 내다보며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홍 부장과 함께 7~8명이 양손에 새옷이랑 과자를 잔뜩 들고 나타날 때 옌칭시립 아동복지원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다. 홍 부장도 지난해 연말에 심장병 수술을 한 아홉달짜리 어린이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사회봉사활동이 이렇게 뿌듯한 것인지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 어린이의 이름은 ’텐텐’, 옌청 방언으로 ‘달콤하다’는 뜻이다. 홍 부장의 중국 생활은 고단하지만 달콤해 보였다.

옌청(중국 장쑤성)/글·사진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끝>


기아차 옌청에 제2공장 건설…내년말 완공 연 43만대 양산

중국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의 생산거점은 두 곳이다. 중국을 크게 7개 경제구역으로 나눴을 때 화북지구의 중심으로 꼽히는 베이징에 현대차가 진출해 있고,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화동지구를 기아차가 맡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가 진출해 있는 장쑤성 옌청시는 지리적으로만 화동지구의 중앙에 있을 뿐 남쪽의 상하이, 창저우, 쑤저우, 우시 등에 견주면 아직 낙후지역이다. 상하이에서 서북쪽으로 약 4기간 가량 고속도로를 달려 옌청시에 들어서면 첫 대면하는 대형 간판에는 ‘장쑤 남쪽을 배워서, 장쑤 중남부를 따라잡고, 상하이만큼 발전하자’라고 되어 있다. 옌청시가 내건 이 구호를 실현할 주체는 기아차다.

기아차는 지난해 10월 옌청시 동남쪽 약 45만평의 부지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2공장(사진 조감도) 건설에 들어갔다. 중국 자동차 회사인 둥펑위에다와 8억달러를 공동투자해 내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기아차는 옌청시내 1공장까지 합쳐 연산 43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기아차는 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중국시장에서 전략 차종의 풀라인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종 다양화와 전체 생산량의 증가로 국내 부품업체 60여개사도 혜택을 보게 된다. 또 옌청시는 기아차 2공장 가동에 따라 2800여명이 추가 채용하게 되며, 협력업체 1만2천여명까지 포함하면 모두 1만5천여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중국에서 천리마(엑센트), 쎄라토, 옵티마, 카니발 등을 모두 11만대 팔았으며, 올해 판매목표는 14만대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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