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일 동일토건 회장(왼쪽)이 지난 2월 중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아파트 건설 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를 뛴다/⑩ 동일토건 고재일 회장
지난달 11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신시가지의 중심부에 위치한 대통령궁. 이 건물을 감싸고 흘러가는 이심강 너머로 1㎞ 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거대한 중장비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올해 A지구 완공을 목표로 동일하이빌이 건설 중인 아파트 공사 현장이다.
한쪽에선 다음 단계 B지구 기초 파일을 박는 소리가 요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본격적인 지상공사를 위한 타워크레인 조립 작업이 한창이다. 이처럼 부산하게 돌아가는 현장을 누구보다 바쁘게 비집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직원 4~5명과 함께 곳곳을 둘러보는 고재일 회장이다. 한때 영하 40도까지 내려갔던 날씨가 2월 들어 풀리자 그는 서둘러 카자흐를 다시 찾았다.
“예전처럼 남의 공사 수주만 해서는 남는 게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 공사를 시행해야 자재·인력 등 부가적인 수출 효과가 있습니다. 이제 서비스산업도 해외로 진출해야죠.”
고 회장은 요즘 온통 카자흐 생각뿐이다.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1~2주가 멀다하고 현장을 찾다보니 지난해 1년 동안에만 20번 가까이 카자흐를 방문했다. 2월 방문 때도 정재계의 실력자들을 만나느라 잠시도 쉬지 못하고 1주일을 보냈다. 덕분에 그는 한국에 돌아가 몇년 만에 처음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6만여평에 3천가구 1조원 규모 초대형 사업
영하 40도 악조건 속 열풍기·전기열선 동원
브랜드 강화…카자흐 대통령 “동일처럼 지어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6만여평의 땅에 3천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하는 이번 사업은 총공사비가 1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중견 건설업체에 불과한 동일이 해외에서 1조원 규모의 공사를, 그것도 자체 사업으로 모든 위험을 떠안고 추진한다는 사실은 큰 모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구상은 생각보다 보다 원대하다. “건설이 마무리되고 동일 브랜드가 제대로 평가받을 때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아가 한국식 주거문화의 보급이 카자흐와 독립국가연합(CIS)권 전체에서 한국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추운 지방에서는 집이 중요합니다. 또 카자흐인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방바닥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온돌로 된 한국식 아파트를 공급한다면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처음 카자흐 사업을 구상한 것은 2003년 한인회 초청 방문 때였다. 의외로 경제가 활발하고 개방돼있었다. 외환거래도 자유롭고 오일달러도 막 쏟아져들어던 참이었다. 그는 2004년 3월 1주일 동안의 칩거 끝에 결정을 내렸고 이후 카자흐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인맥을 파고들면서 카자흐 정부 고위층과의 선이 닿았고 대통령궁과 미국 대사관 사이에 있는 요지를 사들였다. 지난해 9월에는 공사와 분양이 시작됐다. 출발은 대성공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식 모델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아파트를 동일처럼 지어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이 모두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실제 공사는 갖가지 악조건 속에서 강행되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영하 30~40도에서 기초공사를 했다. 천막을 치고 열풍기를 돌린 뒤 콘크리트에 혼화제를 투입하고 전기열선을 연결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날씨는 풀리고 있지만 막상 지상공사를 하려고 보니 조달 가능한 자재와 장비가 거의 없다. 현지 하청업체도 사정사정하면서 ‘모시고’ 와야 하다. 공정 하나하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지 제도와 관행도 큰 어려움 중 하나다. 현지법인 하이빌카자흐스탄의 김인 상무는 “처음 시작하다보니 다른 업체들보다 두배 이상 비싼 값을 치르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카자흐 사업을 밀고나갈 수 있었는 동력은 어렵더라도 수주 공사를 하지 않고 자체 사업만 한다는 동일만의 고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동일은 대기업의 80~90%에 불과한 수주단가를 뿌리치고 자체 공사로 브랜드 강화에 노력한 결과 지난해부터 대기업 수준의 공사단가를 인정받고 있다. “카자흐에 짓고있는 아파트는 동일만의 것이 아닙니다. 한국 건설업체 전체의 명예가 걸린 일인 만큼 문화와 서비스를 수출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고 회장은 귀국한 지 보름도 안됐지만 3월 중순 2차분양을 위해 또 다시 카자흐행을 준비하고 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카자흐 개발붐 전역이 공사중 대형 프로젝트 터키 독점속 한국업체도 맞불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는 하나의 거대한 공사장이다. 여의도 3~4배 정도 크기의 신시가지가 막 조성되고 있으며, 신시가지 개발 바람으로 구시가지에서도 신축 공사에 불이 붙어 시내 전역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 전체에 1천~2천개의 타워크레인이 서있고 공사 중인 건물만 수백개에 이른다. 이러한 건설과 개발 열기는 아스타나뿐 아니라 카자흐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옛 수도인 알마티 등 주요 도시들의 땅값과 집값이 연일 급등하고 있으며, 아파트 건설 열기 또한 뜨겁다.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쏟아져들어오는 막대한 오일달러가 건설 현장에 뿌려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형 건설 프로젝트는 대부분 터키 업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카자흐와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데다 기술력도 뛰어나 터키 업체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동일이 첫발을 디딘 이후 한국 건설업체들의 진출 열기 또한 뜨겁다. ㅇ건설, ㅍ건설, ㅅ건설 등 3~4개의 중견 건설업체들이 카자흐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ㅇ건설은 알마티쪽에 3천가구를 건립할 수 있는 부지를 이미 확보해놓은 상태다. 현재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밀려드는 이유는 카자흐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주택 수요가 커지고 있는 데다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어 땅값 상승분만으로도 초기 자본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동일의 경우 아스타나 사업을 위해 2004년말 사들인 땅 값이 벌써 두배나 오른 상태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동일하이빌이 아스타나에 짓고 있는 3천가구 아파트 조감도. 강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카자흐스탄 대통령궁이다.
6만여평에 3천가구 1조원 규모 초대형 사업
영하 40도 악조건 속 열풍기·전기열선 동원
브랜드 강화…카자흐 대통령 “동일처럼 지어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6만여평의 땅에 3천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하는 이번 사업은 총공사비가 1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중견 건설업체에 불과한 동일이 해외에서 1조원 규모의 공사를, 그것도 자체 사업으로 모든 위험을 떠안고 추진한다는 사실은 큰 모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구상은 생각보다 보다 원대하다. “건설이 마무리되고 동일 브랜드가 제대로 평가받을 때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아가 한국식 주거문화의 보급이 카자흐와 독립국가연합(CIS)권 전체에서 한국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추운 지방에서는 집이 중요합니다. 또 카자흐인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방바닥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온돌로 된 한국식 아파트를 공급한다면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처음 카자흐 사업을 구상한 것은 2003년 한인회 초청 방문 때였다. 의외로 경제가 활발하고 개방돼있었다. 외환거래도 자유롭고 오일달러도 막 쏟아져들어던 참이었다. 그는 2004년 3월 1주일 동안의 칩거 끝에 결정을 내렸고 이후 카자흐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인맥을 파고들면서 카자흐 정부 고위층과의 선이 닿았고 대통령궁과 미국 대사관 사이에 있는 요지를 사들였다. 지난해 9월에는 공사와 분양이 시작됐다. 출발은 대성공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식 모델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아파트를 동일처럼 지어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이 모두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실제 공사는 갖가지 악조건 속에서 강행되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영하 30~40도에서 기초공사를 했다. 천막을 치고 열풍기를 돌린 뒤 콘크리트에 혼화제를 투입하고 전기열선을 연결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날씨는 풀리고 있지만 막상 지상공사를 하려고 보니 조달 가능한 자재와 장비가 거의 없다. 현지 하청업체도 사정사정하면서 ‘모시고’ 와야 하다. 공정 하나하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지 제도와 관행도 큰 어려움 중 하나다. 현지법인 하이빌카자흐스탄의 김인 상무는 “처음 시작하다보니 다른 업체들보다 두배 이상 비싼 값을 치르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카자흐 사업을 밀고나갈 수 있었는 동력은 어렵더라도 수주 공사를 하지 않고 자체 사업만 한다는 동일만의 고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동일은 대기업의 80~90%에 불과한 수주단가를 뿌리치고 자체 공사로 브랜드 강화에 노력한 결과 지난해부터 대기업 수준의 공사단가를 인정받고 있다. “카자흐에 짓고있는 아파트는 동일만의 것이 아닙니다. 한국 건설업체 전체의 명예가 걸린 일인 만큼 문화와 서비스를 수출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고 회장은 귀국한 지 보름도 안됐지만 3월 중순 2차분양을 위해 또 다시 카자흐행을 준비하고 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카자흐 개발붐 전역이 공사중 대형 프로젝트 터키 독점속 한국업체도 맞불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는 하나의 거대한 공사장이다. 여의도 3~4배 정도 크기의 신시가지가 막 조성되고 있으며, 신시가지 개발 바람으로 구시가지에서도 신축 공사에 불이 붙어 시내 전역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 전체에 1천~2천개의 타워크레인이 서있고 공사 중인 건물만 수백개에 이른다. 이러한 건설과 개발 열기는 아스타나뿐 아니라 카자흐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옛 수도인 알마티 등 주요 도시들의 땅값과 집값이 연일 급등하고 있으며, 아파트 건설 열기 또한 뜨겁다.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쏟아져들어오는 막대한 오일달러가 건설 현장에 뿌려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형 건설 프로젝트는 대부분 터키 업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카자흐와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데다 기술력도 뛰어나 터키 업체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동일이 첫발을 디딘 이후 한국 건설업체들의 진출 열기 또한 뜨겁다. ㅇ건설, ㅍ건설, ㅅ건설 등 3~4개의 중견 건설업체들이 카자흐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ㅇ건설은 알마티쪽에 3천가구를 건립할 수 있는 부지를 이미 확보해놓은 상태다. 현재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밀려드는 이유는 카자흐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주택 수요가 커지고 있는 데다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어 땅값 상승분만으로도 초기 자본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동일의 경우 아스타나 사업을 위해 2004년말 사들인 땅 값이 벌써 두배나 오른 상태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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