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돈 없다던 기재부 ‘59조’ 역대 최대 추경…정권 ‘코드 맞추기’ 논란

등록 2022-05-12 16:29수정 2022-05-12 18:28

윤석열 정부 59조원 규모 첫 추경안 마련
코로나 손실보상·고물가 지원 등 30조원
재원 대부분 초과세수 53조원으로 조달
추경호 부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사흘 만에 올해 정부 지출을 60조원 가까이 늘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 경정 예산안(추경)을 마련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1명당 최소 600만원씩 손실 보상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 공약에 따라서다. 그러나 추경 재원 대부분을 올해 초과 세수(정부 예상보다 더 걷히는 세금)로 조달하겠다며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기존 세수 전망을 대폭 뜯어고쳐 ‘코드 맞추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59조4천억원 규모 윤석열 정부의 첫 추경안을 의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 정부 경제팀은 (금리와 물가 등) 거시 경제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복잡한 난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며 “추경안은 이런 책무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의 쓰임새를 보면, 우선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코로나 손실 보상 이행에 전체 추경 규모의 3분의 1 남짓인 2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370만명에게 1명당 손실 보전금 600만∼1천만원을 지급한다. 애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피해 정도에 따라 보상액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공약 파기’ 논란이 일자 지원액을 늘렸다. 최소 600만원을 일괄 지급하고, 업체별 매출액 규모와 매출 감소율, 업종 등에 따라 200만∼4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법상 손실 보상 보정률(손실액 대비 보상액 비율)도 기존 90%에서 100%로 높이고, 분기별 최소 보상액은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정부는 지난 3∼4월 급증한 코로나 진단 검사비와 확진자 지원비, 치료제 구매 등에 6조1천억원을 투입하고,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지원에 3조1천억원을 쓰기로 했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등 저소득층 227만가구에 생활 안정 지원금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하고, 기존 코로나 지원의 사각지대였던 방과후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자와 프리랜서 70만명에게는 고용 안정 지원금을 100만원씩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지출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국채는 전혀 발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기획재정부가 “올해 대기업이 내는 법인세 등 세금이 당초 전망보다 53조3천억원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추경 재원으로 끌어다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5월에 연말까지의 세수 호황을 예단하고 수십조원을 ‘가불’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추경 59조원 중 23조원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에 나눠주게 된 것도 법상 초과 세수의 약 40%를 지방에 교부하도록 돼 있어서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거 정부 지출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수를 과소 추계한다는 의심을 받던 기재부가 새 정부 들어 매우 낙관적인 예측을 하며 코드를 맞추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소상공인 재난 지원금 등을 지급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한다며 난색을 보이다 결국 61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초과 세수를 남겼던 기재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태세 전환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앞서 기재부는 올해 2월 대선을 앞둔 추경 때만 해도 기존 세수 전망을 손대지 않았다. 지난해 세금이 344조원이나 걷혔는데도 올해 이보다 세금이 적게 들어오리라는 종전 예측치(343조원)를 그대로 뒀다가 석 달 만에 전망을 확 뒤집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추경으로 선거 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또한 코로나 손실 보상은 시급한 일이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소비자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국책연구원 박사는 “국고로 들어간 돈이 풀리면 물가를 자극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그간 억눌렸던 공공요금이 하반기에 일제히 오르고 임금 인상 요구도 거세지는 등 추경의 물가 상승 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13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추 부총리는 “국회에서 추경안을 최대한 신속히 심의·확정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전자 인사 쇄신은 없었다 1.

삼성전자 인사 쇄신은 없었다

‘1년 400잔’ 커피값 새해에 또 오르나…원두 선물 가격 33% 폭등 2.

‘1년 400잔’ 커피값 새해에 또 오르나…원두 선물 가격 33% 폭등

세종대 교수 4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선정 3.

세종대 교수 4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선정

‘차기 총리설’ 이창용 “경제 어려운데 한은 총재 충실하겠다” 4.

‘차기 총리설’ 이창용 “경제 어려운데 한은 총재 충실하겠다”

기준금리 연 3%로 깜짝 인하…15년 만에 두 차례 연속 내려 5.

기준금리 연 3%로 깜짝 인하…15년 만에 두 차례 연속 내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