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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재부 “세금 53조 더 걷힐 것”…정권 바뀌자 장밋빛 예측

등록 2022-05-12 16:29수정 2022-05-13 01:15

깐깐한 기재부 ‘코드 맞추기’
작년 ‘과소 추계’로 3차례 수정
이번엔 초과 세수 끌어와 적극
‘윤, 국채발행 없는 추경’ 발맞춰

경기 불확실성 고려했나
금리 인상에 대외리스크 커져
성장률 둔화 땐 “과다 추계” 한 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 추 부총리,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 공동취재사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 추 부총리,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가 ‘국채 발행 없는 60조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대한 규모로 전망한 ‘초과 세수’가 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해에 이어 초과 세수가 또 발생하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 이번 추경 재원에 상당 부분 활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기재부가 초과 세수 50조원대를 들고나온 데 대해 오류 가능성이 높은 과도한 추계에 기반한 무리한 재정 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본예산에서 예상한 것보다 올해 세금이 53조3천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하고, 이 가운데 44조3천억원을 2차 추경에 쓰기로 했다. 세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주요 세목은 법인세(29조1천억원), 양도소득세(11조8천억원), 근로소득세(10조3천억원) 등이다. 법인세는 예상 초과 세수 가운데 20조원이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확정되어 있고, 근로소득세도 이미 1∼3월에 전년 대비 5조원을 추가 징수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합동브리핑에서 “지금 세입경정한 부분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보면서 제시했다”며 “이런 세수실적이 내년 세입예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6∼8월에 한 번 더 정밀하게 점검하면서 가겠다. 그러나 올해 세수는 최소한 이 정도, 또는 이보다 조금 더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과 세수 전망의 오류 가능성을 제기한다. 기재부가 그동안 세수 추계 오류를 반복해온 것을 감안하면 50조원대 초과 세수 예측 역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세수의 전망치를 세 차례나 크게 수정하며 역대 최대 규모(본예산 대비 20%)의 세수 추계 오차를 낸 바 있다. 재정 확대를 견제하려고 의도적으로 세수를 과소 추계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까닭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했고 기재부는 세수 추계방식 개편과 세제실 인력 대수술도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본예산 기준 국세수입(343조4천억원)보다 53조3천억원이 더 걷힌다면 이미 올해 세수 추계 오차율은 15%를 넘어선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지난해에는 세수가 항상 과소 추계되면서 기재부가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엔 예외적으로 적극적인 추계를 냈다. 정권이 바뀌면서 기재부에 태도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에서 2.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로 인한 공급망 혼란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시중금리 인상으로 인한 내수 부진 우려도 반영된 결과다. 보통 물가상승률이 높을 때는 세수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고물가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는 ‘성장세 둔화’로 상쇄될 수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국책연구원 소속 경제전문가는 “하반기 경제 성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과도한 추계로 보인다. 지난해의 이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올해 세수를 과다 추계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추경 편성이라는 점이다.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주장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기재부가 무리한 재정 운용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기존 가용재원과 지출 구조조정분을 합쳐도 15조원에 그치기 때문에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50조원 재정 투입’을 포기하거나 양자택일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딜레마를 풀어준 유일한 열쇠는 ‘초과 세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세수 추계를 늘린 기재부에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국채 발행 없이 대규모 추경을 하겠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다 보니 이런 방식까지 쓰게 된 것이다. 만일 이번 예측도 틀려서 초과 세수가 그만큼 발생하지 않으면 결국 국채 발행을 해야 한다. 국민을 우롱하는 조삼모사”라며 “설령 초과 세수가 예상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적자 국채를 발행해 지출하고 나중에 갚는 방식이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우려는 추 부총리도 잘 안다. 추 부총리는 ‘야당 의원’이었던 지난해 6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소 3분기까지 가야 다음 세수를 확정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인데, 지금(2분기) 세수 더 걷힌다고 세입경정 하겠다, 이것을 기초로 추경하겠다, 이게 과연 신중한 재정 운용 당국자의 입장인지 문제를 제기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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