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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뉴스AS] ‘희망고문’된 손실보상 소급적용…왜 안 될까?

등록 2022-06-03 10:00수정 2022-06-03 12:01

여당일 때는 소급적용 요구 외면하고
야당일 때는 ‘반쪽짜리 손실보상’ 공세
정부 “현실적으로 불가능” 줄곧 반대
“국민을 잠재적 허위신고자로 봐” 비판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자영업자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자영업자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법적 손실보상제도 없이 방역 지침이 내려졌던 지난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의 피해 보상 문제가 벌써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거대양당은 왜 여당일 때는 소급적용을 외면하고, 야당일 때만 목소리를 높일까?

시작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급적용 없는’ 손실보상제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상임위 퇴장과 단식까지 감행할 만큼 강하게 반대했고 민주당 내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소급적용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신속 구제를 위해서는 소급적용보다 피해지원 방식이 더 낫다”는 논리였다. 지난 3월 여야가 바뀌고도 논란은 여전하다. 법 통과 당시 “무늬만 손실보상법”이라며 소급적용을 당론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은 여당이 되자 “법적 근거가 없어서 못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소급적용 공약’을 파기했다며 당정을 비판하고 있다.

양당이 역할만 바꿔 같은 싸움을 되풀이하는 동안, 정부는 줄곧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소급적용에 반대해왔다. 손실보상법이 만들어진 지난해 7월부터는 지자체마다 개별 업체의 방역 지침 이행 여부와 기간·위반 사항 등을 관리해 보상금 책정 근거를 수집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데이터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2020년 8월∼2021년 7월에는 방역 지침이 지역별로 중구난방이었던데다 각 지자체의 단속·관리도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바람에 정부는 그 시기에 누가, 어떤 방역 지침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피해 구제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덜컥 소급적용을 시작했다가는 현장의 혼란과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줄소송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2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피해지원금 형태로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한 상황에 돈을 더 쓸 수는 없다는 기재부의 주장도 한몫 거든다. 소급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지난해 7월, 정부는 그 대신 ‘희망회복자금’을 지급하겠다며 두번째 추경에 3조3천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2차 추경에 들어간 23조원 규모의 ‘손실보전금’도 “그동안의 피해지원 부족분을 보전”하는 취지라고 명시되어 있다. ‘손실보상법’에 의한 지급이 아닐 뿐 충분히 줬다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한번은 끊고 가야 한다. 솔직하게 국민께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손실보상 소급적용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보전하겠다고 설득했어야 했다”며 “계속 선거를 앞두고 추경을 하는 바람에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헌법상 소급적용하는 것이 맞는데, 우리 정부는 행정상의 이야기를 한다. 정부가 국민을 잠재적 허위신고자로 보고 모든 피해를 파악해야만 보상해줄 수 있다고 하니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선진국은 보상 신청을 하면 일단 지급하고 허위로 드러나면 징벌적 환수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돈과 의지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양당 모두 겉으로는 소급적용을 외치면서 내심 정부의 주장을 받아줬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겉과 속이 다른 태도로 정쟁을 이어가는 동안 ‘소급적용’은 정치적 레토릭이 됐다. 양당은 소급적용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면서 번갈아 가며 소상공인의 분노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행정적 기술의 문제와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있다. 정치권이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기술적 대안을 내놓지 못할 거라면 정치적 결단으로 사안을 매듭지을 수도 있다. 그건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지금으로선 그럴만한 리더십은 여도 야도 없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2차 추경을 통과시킨 지난 29일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를 “추후 논의하겠다”며 기약 없이 미뤘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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