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 상승의 ‘절반 이상’은 해외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와 중앙은행 노력만으로 물가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얘기다.
한국은행의 6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 5.4% 중 3.03%포인트(56.2%)는 해외 영향에 따른 것이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식량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이 국내 물가 상승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품목 458개 중 해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에너지, 식료품, 내구재 등이다. 수입해 오는 품목이 많아서다. 내구재의 경우 수입한 에너지·원자재를 가공해 만들어진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해외 요인에 직접 영향을 받는 품목들이 지난해 이후 소비자물가 오름세의 상당 부분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17일 <한겨레>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사이트를 통해 에너지 품목부터 살펴본 결과, 지난 5월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무려 34.8%에 달했다. 휘발유, 등유, 경유 가격 상승률이 각각 27%. 60.8%, 45.8%로 집계됐다. 5월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115달러까지 올라가면서 국내 에너지 가격도 급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식료품은 수입 쇠고기(27.9%)와 돼지고기(20.7%)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제 식량 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사료용 곡물 가격이 뛰면서 국내 고깃값도 덩달아 치솟았다. 내구재는 자전거(12%), 자동차용품(11%), 장롱(13.6%) 등의 상승폭이 컸다. 내구재의 재료가 되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공급망 차질로 이를 수입해 오는 것조차 힘들어지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국내 물가 상승세가 해외로부터 밀려들어 오는 것이라면 통제가 쉽지 않다. 국내 조처만으로는 물가를 잡기 역부족이다. 정부와 한은은 일단 국외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모든 방법을 강구해 본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가계 생계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으며,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추가로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이 해외발 물가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향후 1년에 대한 물가 인식)을 낮추면서 2차 물가 상승 효과는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향후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경우 기업들은 더 수월하게 상품 가격 인상에 나서게 된다.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임금 인상 요구도 강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기업들이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하면 물가가 재상승하는 악순환도 나타날 수 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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