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 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기금금리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현재로서는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미국 금리목표범위 상단 기준)된 상황이지만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 회의 때 시장에 예고한 “연말까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보다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향”을 여전히 유지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앞으로도 높은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은 제반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상승세가) 2∼3개월 지속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본다. (이 기조가 유지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금리 인상의 폭과 크기를 그때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 금통위는 오는 25일 열린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연 2.25~2.50%)는 한국(2.25%)보다 목표범위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다. 한은이 이달에 0.25% 추가 인상해 금리수준이 같아지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에 또 빅스텝 이상을 밟으면 역전폭이 좀더 커지게 된다. 이 총재는 그동안 “우리 통화정책운용 때 한-미 양국 간 금리 역전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한-미 내외 금리는 차이나 숫자 그 자체에 매달리고 얽매일 필요는 없다.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져 양국 금리 역전에도 환율 충격과 자본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는 소신을 시장에 여러차례 밝혀왔다. 한-미 금리 역전과 달러 강세 지속에도 외국인은 7월 한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215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월간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재위 회의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한은이) 2분기 경제성장률을 0.3% 정도로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소비가 훨씬 더 많이 늘어 0.7%로 나왔다. 아직 국내 경기는 크게 나빠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지금 확답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10월쯤 해외 자료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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