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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월급쟁이 세금 ‘물가 연동’ 딜레마…소득 많을수록 덜 내

등록 2022-08-09 07:00수정 2022-08-09 09:34

소득세 구간에 물가 반영 합리적이지만
구간 상향 조정시 소득 불균형 확대
정부, 세제개편안서 소폭 조정
야당은 물가연동제 법안 내놓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부자 증세’가 돼요. 반대로 이걸 건드리면 소득 불균형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론 요구가 거세니 걱정이에요.”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료가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월급쟁이·자영업자가 내는 소득세의 ‘물가 연동’ 얘기다. 소득세 세율 구간을 물가 상승에 맞춰 높여주면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덜 내는 역진성이 커진다는 게 정부의 고민거리다.

한국의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최소 6%에서 최고 45%로 8단계에 걸쳐 높아지는 누진 구조다. 이 세율 구간을 그대로 유지하면 ‘보이지 않는 증세’가 이뤄진다. 직장인 연봉은 매년 최소 물가 이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임금이 많아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구조다.

기재부는 지난달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15년 만에 세율 구간을 일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그간 물가 상승을 반영해 소득세 구간을 올리라”는 재계와 여론 요구가 많았던 까닭이다. 가장 낮은 세율 6%를 적용하는 구간은 기존 과세표준(연봉에서 비과세 소득·각종 소득공제액을 뺀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 1200만원에서 1400만원 이하로 인상하고, 세율 15% 적용 구간도 과세표준 1200만∼4600만원에서 1400만∼5천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전체 세율 구간 8개 중 2개만 찔끔 올리는 것이지만 정부의 우려는 일부 현실이 됐다. 예를 들어 이번 개편으로 연봉 7800만∼1억2천만원인 고소득자는 세금을 연 54만원 덜 내게 됐다. 그러나 연봉 3천만원 소득자 감세액은 이보다 훨씬 적은 연 8만원에 불과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소득세의 물가 연동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민주연구원장을 맡은 노웅래 의원은 아예 소득세 구간을 물가 상승에 맞춰 매년 올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외국에선 미국과 캐나다가 이와 같은 물가 연동제를 시행 중이다.

문제는 물가 연동제 도입이 고소득자 중심의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의 과세 체계에서는 정부가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물가 상승에 따라 소득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내는 누진 증세가 자연히 이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재부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소득세 구간도 함께 높여주는 게 합리적인 건 맞다”면서도 “물가 연동제 도입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는 걸 막으려면 이에 앞서 중·고소득자 공제 축소 등 전면적인 제도 개편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관련 보고서를 펴낸 전병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물가를 따라 매년 조정한다는 건 당위적인 얘기”라며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효과나 계층별 영향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동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소득세의 물가 연동제 도입은 아직 당 차원에서 검토한 방안이 아니다”며 “조만간 당 정책위원회와 기재위 소속 의원들이 정부 세제 개편안 전반을 리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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