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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더불어 성장서 경쟁 관계로…칩4 영향 ‘교역 난기류’ 우려

등록 2022-08-23 07:00수정 2022-08-23 08:41

한-중 수교 30년
교역규모 30년새 47배 급증
1992년 64억달러→작년 3015억달러
무역흑자 86% 대중 수출로 거둬
만성적 적자 탈피에 중국 큰 역할
협력·분업하다 경쟁 관계로
올 5월부터 무역적자, 변화 신호
중 제조업 첨단화되며 경쟁 격화
미-중 다툼에 낀 한국 고심 커져
1992년 8월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장관(왼쪽)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2년 8월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장관(왼쪽)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수교 뒤 두 나라 간 경제 관계에서 일어난 변화의 상징은 교역량 증가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두 나라 간 교역 규모는 수교 첫해인 1992년 64억달러(대중국 수출 27억, 수입 37억달러)에서 2021년 3015억달러(1629억, 1386억달러)로 47배 불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교역규모가 1584억달러(766억, 818억달러)에서 1조2595억달러(6444억, 6151억달러)로 8배 커진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증가세였다.

교역량 급증 속에서 한국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거뒀다.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국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게 중국이었다. 한국은 수교 첫해 적자를 냈다가 이듬해 곧바로 흑자(12억달러)로 돌아선 뒤 2021년 243억달러까지 29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중국 무역 흑자 누계는 7064억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누적 무역 흑자 8218억달러의 86.0%를 차지했다. 수교 이듬해부터 대중국 수출이 연평균 15.3%씩 늘며 전체 수출 증가세 7.6%를 크게 앞지른 데 따른 결과였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양국은 수교 이후 30년 동안 중국 쪽에서 표현한 대로 ‘선린·우의·협력’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무역 규모를 늘리고 경제를 더불어 성장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조 원장은 이어 “중국은 한국의 세계 시장 공략에서 디딤돌 역할을 해준 한편으로, 한국서 중간재를 수입해 세계로 수출하면서 기술력을 높여왔다”고 덧붙였다.

수교 이후 줄곧 한국 쪽의 일방적인 흑자 기조였던 두 나라 무역관계에서 올해 들어선 변화의 낌새가 엿보인다. 올해 5월부터 대중국 교역에서 이례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따른 수입 수요 위축이라는 일시적인 요인뿐 아니라 중국의 국산화율 상승 같은 구조 변화도 깔려 있다.

수교 초기 단순 경공업 및 중화학 제품 위주였던 양국 간 교역 품목은 반도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중간재 중심으로 차츰 바뀌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첨단화로 중·고위 기술 산업 분야에서 두 나라 간 글로벌 시장을 향한 수출 경쟁이 심해졌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년 11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2015년 12월)로 중국 경제와 글로벌 시장의 접점이 넓어진 것과 연결돼 있다.

무역협회 분석 결과를 보면, ‘중·고위’ 기술(OECD 분류 기준, 전기·기계·자동차·화학 등)에서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ESI)는 2011년 0.347에서 2021년(~9월) 0.390으로 높아졌다.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수출 구조가 비슷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두 나라 간 관계가 분업·협력·보완하던 데서 경쟁하는 구도로 변하고 있다. 무역수지 기조의 변화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협력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기술격차 유지로 경쟁력 우위를 지켜내야 하는 난제를 안기는 대목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주축으로 한 대외 환경은 한국의 대중국 교역 관계를 긴장시키는 커다란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5월)에 이은 반도체 협의체(‘칩4’) 결성 추진 모두 대중국 견제 전략으로 여겨져 중국 쪽의 반발을 사고 있는 터에 한국은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출과 수입 모두 중국에 크게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숙제 거리다. 중국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째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자, 2008년부터 14년째 최대 수입 대상국이었으며, 올해도 이 흐름은 마찬가지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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