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6%로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췄는데, 통화 긴축 가속화와 수출 부진에도 “민간 소비지출이 예상 밖으로 굉장히 좋아 아직까지는 성장률에서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창용 한은 총재)이다. 이 총재는 “8월 물가가 7월(6.3%)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 물가 정점 통과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지만 여전히 내년 초까지 5~6%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만큼 물가 정점과 관계없이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한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4월·5월·7월에 이은 사상 첫 네 차례 연속 인상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중기 시계에서 2%)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통위 결정 직후에 연 기자설명회에서 “연말에 도달할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2.75~3.0%로 보는 시장의 견해는 여전히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등 현상으로 이번 금리 인상이 내외금리차 경로 등을 통해 국내 외환시장에 당장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한-미 양국 정책금리는 이제 우리와 미국(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 2.25∼2.50%)이 같아졌지만(미국 상단 기준), 9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 우위를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총재는 “환율 수준을 타깃으로 금리 결정을 한 건 아니지만 오늘 금리 조정이 최근의 환율 변동성 제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며 “단순히 한-미 금리 격차가 기계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고 여러 요인들이 복합 작용한다. 다만 양국 금리차가 과거의 역전폭(1%포인트 가량)보다 너무 커지지 않도록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금통위 직후 ‘8월 수정경제전망보고서’를 함께 발표했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상폭보다는 수정경제전망에 담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 동향에 더 쏠렸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지난 5월 전망치(2.7%)에서 0.1%포인트 낮춘 2.6%로 수정했다. 물가와 환율 급등, 통화긴축 가속화에도 올해 성장률은 어느 정도 방어될 것으로 한은은 판단하는 셈이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 전망치를 소폭 낮추긴 했지만, 민간소비가 생각보다 굉장히 좋아 아직까지는 성장률이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둔화 및 중국·유로존 경제 위축 우려에도 팬데믹 이후 민간소비지출의 빠른 회복세 모멘텀이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국내총생산 지출항목 중에 상품수출 전망치는 올해 하반기 0.8%(전년동기대비) 증가로 5월 전망(1.1%)보다 낮춘 반면, 민간소비는 하반기 증가율이 3.8%로 5월 전망치(3.5%)보다 높였다. 올해 성장 전망치를 크게 하향조정하지 않은 만큼 한은이 물가상승 흐름에 대응하는 정책금리 인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5월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는 수출이 큰폭으로 하강하는 국면에 빠져들겠지만 내수가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성장전망치(2.6%)에 대한 기여도는 내수 1.8%, 수출 0.8%이고, 내년 성장전망치(2.1%) 기여도 역시 내수 1.5% 수출 0.6%로 한은은 예상했다. 지난해 성장률(4.1%)에서는 기여도가 내수 1.6%, 수출 2.5%로 수출이 경제를 이끌었다. 한은은 “현재까지는 성장이 선방하고 있으나 중국경제와 유로존 등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수출둔화폭이 점차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5월 전망(4.5%)에서 0.7%포인트 올린 5.2%로 내다봤다. 이런 물가전망치는 한은이 통화정책에서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가 최근 두달간 낮아지면서 8월 물가가 7월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5~6% 높은 물가가 내년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국민경제 후생에 미치는 영향은 성장률 못지 않게 크다”며 “성장률이 전망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당분간 물가를 우선해 잡는 금리인상 정책대응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해도 요즘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불안은 여전한 편이다.
하반기 들어 수출 위축이 점차 확대되고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금액 증가로 무역수지 적자흐름이 이어지면서 경상수지는 경고등이 들어왔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370억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 연간 흑자(883억달러)에 견줘 급감한 것이고 5월 전망치(500억달러)에 비해서도 대폭 낮췄다. 특히 올해 하반기 경상흑자 규모 전망치(122억달러)는 5월 전망(290억달러)보다 불과 석달 사이에 절반 이상 줄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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