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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부자 감세’ 여파…세수 400조 돌파에 덮인 ‘실질 증가율 1%’

등록 2022-09-05 07:00수정 2022-09-05 09:06

내년 세수 증가율 사실상 ‘동결’
감세·외부 경제 악화에 세수 불확실성↑
전문가 “정부 세수 전망 검증 필요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 사전브리핑을 했다./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 사전브리핑을 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우리나라 전체 세수는 올해보다 16.6% 증가해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오는 2026년까지 국세 수입이 연평균 7.6%씩 늘어나 정부 적자 증가를 최소화하는 ‘건전 재정’ 기조를 뒷받침할 거라는 것이 정부의 예상이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집권 초부터 ‘감세 꾸러미’를 내민 윤석열 정부의 세입 전망은 과연 믿을 만할까?

국세 수입 증가율 16.6%라는데…올해 초과세수 반영 땐 ‘1%’

우선 내년 국세 수입 증가율 16.6%는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정부가 올해 세금이 기존 예상보다 53조2천억원 더 걷힐 거라며 세수 전망치를 대폭 늘려잡은 상태인데, 16.6%는 이런 초과세수를 반영하기 전의 전망치와 비교한 증가율이기 때문이다.

초과세수를 더한 올해 전체 세수에 견준 내년 국세 수입 증가율은 1%에 불과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감세 조처와 경기 둔화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숫자다. 같은 기준으로 계산한 2026년까지의 국세 수입 연평균 증가율도 3.8%로 반 토막이 난다.

정부도 코로나19 회복에 힘입은 2021∼2022년 세수 호조세가 내년부터 둔화할 거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올해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납부를 1년간 미뤄준 세금 9조8천억원이 더 들어오며 전체 세수가 증가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기저 효과를 제외하고 계산해도 내년 세입 증가율은 3.5%에 그친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내년도 경상 성장률(기재부 전망치 4.5%)에 못 미친다.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세수가 덜 늘어나리라는 의미다.

법인세·양도소득세 증가세 꺾일 듯…“1~2조 더 빠질 수도”

특히 정부는 최근까지 호조를 보인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세수 증가세가 내년에는 다소 꺾일 수 있다고 본다. 세계 경제 침체 우려 등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 실적이 차츰 악화하고, 금리 상승 여파로 부동산 양도세나 증권거래세 세수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앞서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나빠진 기업이 8월 법인세 중간 예납 때 실적 가결산을 택하는 비중이 늘면 정부 전망보다 법인세 세수가 1조∼2조원 더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매년 8월에 전년도 법인세의 절반 또는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중간 결산한 세금을 미리 납부(중간 예납)하는데, 지난해보다 올해 이익이 줄어 세금이 덜 걷힐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당장 내년 이후의 5년치 세수 전망도 불확실성이 큰 건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고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까닭에 세수 실적 역시 대외 경제 여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확장 재정’을 약속했으나 2018년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6.8%)이 전체 세수 증가율(8.1%)을 밑돌았다. 지난 2016년 말부터 수출이 호황을 누리며 세금이 예상보다 너무 많이 들어온 탓에 의도치 않게 돈을 아끼는 ‘긴축 재정’을 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에 제시한 중기 세수 전망에 견줘 임기 5년간 누적으로 세금 59조2천억원을 더 걷었다.

반대 사례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첫해 내놓은 중기 세수 전망 대비 임기 4년간 모두 48조원을 덜 걷게 됐다. 직전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과 2011년부터 발생한 유럽발 경제 위기 등으로 임기 내내 세수 부족에 시달렸던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 확대 등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을 후퇴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세수 예측의 오차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 전망을 검증할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세수 전망치의 계산 방법 등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탓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래 세수를 전망할 때는 자연 증가분과 정부의 의지를 담은 정책 효과를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며 “기재부가 이런 구분을 하지 않고 검증할 방법도 없으니 전문가들 예측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입 전망이 낙관적인지 아니면 비관적인지 외부에선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감세, 대외 경제 환경 악화 등 윤석열 정부의 세수 여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와 비슷하다. 만약 세금이 정부 예상대로 걷히지 않으면 재정 적자가 커지고 목표로 삼았던 부채비율 관리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우리 경제의 성장 추세대로라면 내년 국세 수입은 약 420조원 수준으로 늘어야 맞는다”면서 “정부가 내년 세수를 400조원으로 전망한 건 이미 감세 여파로 인한 재정 건전화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감세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면 ‘건전 재정’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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