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5.6% 올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물가 상승폭이 2개월 연속 축소된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다. 그러나 이달 공공요금 인상과 산유국 감산, 환율 상승 등 물가를 끌어올릴 불안 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2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8.93(2020년=100)으로 지난해 5월보다 5.6% 상승했다.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 6.0%에서 7월 6.3%로 고점을 찍고 8월 5.7%, 9월 5.6%로 소폭 주춤하는 모습이다. 앞서 6∼7월 물가 오름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대였다. 다만 9월 소비자 물가는 한 달 전에 견줘서는 0.3% 올랐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지난 8월 -0.1%에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물가 불안 요인이 여전한 셈이다.
품목별로 가공식품·석유류 등 공업제품이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6.7% 상승했다. 8월보다 오름폭은 0.3%포인트 줄었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상승률이 8월 19.7%에서 9월 16.6%로 둔화한 영향이다.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0.75%포인트)도 한 달 전보다 0.15%포인트 축소되며 전체 물가 상승폭의 둔화를 이끌었다.
농축수산물(6.2%)과 전기·가스·수도(14.6%) 역시 오름세가 이어졌지만, 상승폭은 8월보다 낮아졌다. 반면 서비스(4.2%)는 오름폭이 0.1%포인트 확대됐다. 특히 외식 물가 등을 반영한 개인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8월 6.1%에서 9월 6.4%로 커졌다. 이는 1998년 4월(6.6%) 이후 최대다. 물가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 석유류 등 공급 측면에서 수요 쪽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실제로 계절 변화나 일시적인 수급 충격 등으로 가격이 들쭉날쭉한 품목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9월 4.5% 오르며 8월(4.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반영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도 8월 4.0%에서 9월 4.1%로 확대됐다. 수요 확대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가 자주 많이 구매하는 품목 144개 가격을 조사한 생활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6.5%, 생선·채소·과실 등 신선식품 지수는 12.8% 각각 올랐다. 두 지수 모두 상승폭은 8월보다 0.3%포인트, 2.1%포인트 축소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 둔화가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둔화하는 데 주요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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