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시내 백화점에 수입 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을 다룬 언론보도의 어조 변화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전반적인 추세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를 활용해 인플레이션 전망의 정확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은 17일 발간한 이슈노트 ‘인공지능 언어모형을 이용한 인플레이션 어조지수 개발 및 시사점’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이슈노트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의 대체 데이터로서 텍스트 데이터의 유용성을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 관련 기사를 인공지능 언어모형으로 분석해 ‘인플레이션 어조지수’를 산출했다. 현재·미래 가격 변동에 대한 어조를 상승·중립·하락으로 나눈 뒤 월별·분기별로 수치화했다. ‘신상품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조금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장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문장은 중립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2002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보도된 총 188만건 기사에서 수집된 6406만개 문장이 활용됐다.
분석 결과 분기별 어조지수의 변곡점은 1년 이내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변곡점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조지수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추세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02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확인된 인플레이션 어조지수의 변곡점은 8개였는데, 그 중 7건의 경우에 선행 관계가 성립했다. 대체로 어조지수가 고점(저점)을 지난 뒤 1∼2분기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고점(저점)을 지났다.
어조지수를 활용한 물가 전망모형의 예측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으로도 나타났다. 과거 생산자물가지수나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바탕으로 한 기존 모형과 비교했을 때, 어조지수를 활용한 모형의 전망 오차가 대체로 더 작았다. 2013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전기 대비)을 각 모형으로 예측해본 결과다. 소비자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들이 과거 물가 상승률을 바탕으로 응답한다는 한계가 있으며, 생산자물가지수는 서비스 물가의 움직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한은은 향후 인플레이션 어조지수를 정기적으로 산출해 내부 참고자료로 쓴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는 어조지수가 2분기 0.561에서 고점을 찍은 뒤 3분기 0.303으로 내려왔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 외부에 정기적으로 공개할 만큼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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