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해보다 9만명 증가한 815만6천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 격차도 역대 최대치인 160만원에 이르렀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2172만4천명 가운데 정규직이 1356만8천명, 비정규직이 815만6천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 급증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806만6천명)를 나타냈는데, 올해 9만명이 더 늘어나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비정규직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질 나쁜 일자리인 시간제 노동자의 증가세가 도드라졌다. 주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시간제 노동자는 1년 전보다 17만5천명이나 늘어난 368만7천명으로 역시 역대 최대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의 시간제 노동자가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시 지속성을 가지는 일자리에 시간제가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간제 일자리를 시간제로 쪼개는 현상이 벌어지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규직 노동자가 60만명 넘게 증가하면서 비정규직 비중은 1년 전보다 소폭 줄었다. 지난해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38.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0.9%포인트 줄어든 37.5%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규직 노동자가 9만명 넘게 줄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올해 정규직이 64만1천명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규직 중에서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이 76만1천명 늘고, 임시·일용직은 11만9천명 줄었다.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인 정규·상용직 노동자 비중이 58.2%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늘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서 비정규직 위주의 고용 증가가 있었다면 올해는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서 정규직 고용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 워낙 비정규직의 비중과 규모가 크게 증가했고, 올해도 비정규직 수 자체가 늘어나고 있어서 코로나19를 거치며 노동시장에서의 사각지대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비정규직의 월 평균(6∼8월) 임금은 188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11만2천원 늘었는데, 정규직(348만원)과의 임금 격차는 159만9천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 가장 흔한 유형의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는 1년 전보다 15만2천명 늘었는데, 국민연금(-2.1%)·건강보험(-0.4%)·고용보험(-2.3%) 가입률이 모두 줄어드는 등 일자리 질은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간 비교를 위해 별도 기준으로 집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Temporary workers) 비중은 지난해 한국이 28.3%로 콜롬비아(28.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회원국 평균 비정규직 비중은 11.8%에 그친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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