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연휴 둘째 날인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중소규모 식품회사에 입사한 직장인 ㄱ씨는 최근 회사 안내 게시판에 붙은 월중 계획표를 보고 의아했다.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추석 연휴 등 달력에 ‘빨간날’로 표시된 법정 공휴일이 모두 ‘연차 대체’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는 ㄱ씨에게 “오래전부터 이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ㄱ씨는 “(회사에선) 연차가 모자라면 내년에서 차감하다고 하더라. 올해부터 ‘빨간날’은 공휴일이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올해부터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모든 사업장은 공휴일과 대체 공휴일에는 모두 ‘유급휴일’을 적용해야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나 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빨간날’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공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에 ‘유급휴일로 쉬고 있다’는 응답이 63.6%, ‘(공휴일에) 근무하지만 휴일근무수당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14.2%로 직장인들의 77.8%가 ‘빨간날’을 유급휴일로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평일과 동일하게 일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직장인 중 22.2%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전체 5인 미만 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 중 절반 가까이는 휴일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과 동일하게 일하고 있다’는 응답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선 44.2%, 비정규직 노동자가 44.5%로 정규직(7.3%)의 6배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직원이 4명인 회사에 다니는 ㄴ씨는 지난달 직장갑질119에 “공휴일, 명절 연휴에도 출근해 일했지만 (휴일) 수당 한 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차 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유급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답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체 80.3%를 차지했지만, 5인 미만(43.6%)과 비정규직(41.0%)은 절반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차 휴가가 없다’는 응답도 5인 미만(46.1%), 비정규직(44.0%)에서 절반 가까이 됐다.
직장갑질119 김기홍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모든 노동자가 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고 빨간날에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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