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연합회 및 20개 은행과 함께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공유하고, 은행권의 시장안정 역할 및 향후계획 등을 논의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은행들이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9일 은행연합회와 은행 20곳의 은행장들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이러한 방침을 밝혔다. 은행들은 이 자리에서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전자단기사채 매입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수하는 등 “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5대 금융지주회사의 95조원 지원 계획 중 90조원이 은행을 통해 집행된다. 은행권 설명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은 지난달 1일~31일 기업어음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전단채를 매입하는데 4조3천억원, 머니마켓펀드(MMF) 매입에 5조9천억원, 특은채와 여전채를 매입하는데 6조5천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은행들은 또한 지난달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린 뒤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 5대 은행의 경우, 지난달 24일부터 지금까지 은행채 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 연말까지 기존 발행계획보다 축소해 은행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우량채권인 은행채가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문제를 고려해 금융당국은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은행업권에 요청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지원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금융당국은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를 250%에서 100%로 하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는 펀드 출자에 따라 추가 자본적립 의무가 발생하는데, ‘주식시장 안정’이라는 목적을 감안해 자본금 적립 부담을 줄여주고 출자를 용이하게 하는 조처다. 2020년 4월 코로나19 때도 위험가중치를 하향한 적이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에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조치를 유예하고, 같은 달 26일 예대율 규제도 완화하는 등 은행권이 자금을 용이하게 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계속 완화하고 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은행권이 은행 산업을 넘어 시장안정에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시중 자금 흐름과 관련해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려 제2금융권 등 다른 부문에 유동성 부족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없을지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은행업권은 “제2금융권 자금조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은행 간의 자금조달 경쟁 심화로 제2금융권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 20개 은행의 은행장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참석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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