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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식품·에너지값 급등…고령층·저소득층 ‘잔인한 겨울’이 온다

등록 2022-11-22 07:00수정 2022-11-22 10:09

지난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지난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한 달 소득이 170만원인 30대 ㄱ씨는 매달 약 25만원이 전기·가스 요금과 관리비, 통신비에 고정적으로 나간다. ㄱ씨와 그의 가족이 식료품에 쓰는 60만원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운 지출이다. 월세 40만원까지 빼고 나면 여윳돈은 45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고정 지출이 10%만 늘어나도 여윳돈이 30만원 남짓으로 쪼그라드는 형편이다.

지난 7∼11일 진행된 <한겨레>의 ‘나의 물가상승률’ 설문조사에 참여한 ㄱ씨 사례는 필수재 중심의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에 어떤 타격을 주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위주로 뛴 이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은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현존하는 통계로는 이렇듯 취약계층에 집중된 물가 부담과 이로 인해 악화하는 소득분배를 제대로 파악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 10월 물가상승률, 식료품·에너지가 갈랐다

21일 <한겨레>가 올해 10월 물가 상승률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가구 특성별(연령별, 소득별)로 가장 기여도 차이가 큰 항목은 식료품과 에너지였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는 65살 이상 가구의 물가 상승률을 2.05%포인트 끌어올린 반면, 40∼49살 가구에서는 0.92%포인트 기여하는 데 그쳤다. 여기서 이미 1%포인트 넘게 격차를 벌린 것이다. 소득 1분위(1.86%포인트)와 10분위(0.87%포인트)에서도 마찬가지로 식료품 기여도의 차이가 컸다.

에너지 지출에서도 격차가 확연했다. ‘전기, 가스 및 기타연료’의 기여도는 소득 1분위에서 1.43%포인트에 이르렀으나, 10분위에서는 0.62%포인트에 불과했다. 여기서 다시 0.81%포인트만큼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65살 이상(1.33%포인트)과 40∼49살(0.68%포인트) 간의 차이도 작지 않았다.

이는 취약계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가 최근 인플레이션을 견인해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7.5%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7%)을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전기, 가스 및 기타연료)는 28.7%라는 이례적인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10월부터 인상된 전기·가스 요금이 반영된 결과다.

이들 품목의 지출 비중은 계층별로 배가량 차이가 났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소득 1분위 가구는 전체 소비지출의 5.0%를 연료비에 썼다. 한 달에 100만원어치를 소비했다면 이 중 5만원은 전기·가스 요금에 지출했다는 뜻이다. 반면 10분위의 경우 해당 비율은 2.1%에 그쳤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 비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1분위(23.5%)와 10분위(12.8%) 간의 격차가 컸다.

■ 난방 켜는 겨울엔…‘물가 격차’ 더 커져

눈길은 특히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에 쏠린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의 인상이 사실상 불가피해진 탓이다. 한국전력공사는 그동안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 등으로 누적된 적자 문제를 채권 발행으로 해결해왔으나, 이런 노력도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작지 않은 폭의 전기요금 인상을 이어가야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겨울에는 ‘물가 격차’가 더욱 확연히 드러날 전망이다.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1분기 지출 데이터를 이용해 물가 상승률을 산출해보니 계층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올해 1분기 지출 금액에 지난 10월 물가 상승률을 적용한 결과, 65살 이상 가구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7.31%였다. 전체 평균(6.14%)보다 1.17%포인트 더 높은 수준이다. 40∼49살(5.73%)보다는 1.58%포인트나 더 높았다. 소득 1분위(7.11%)와 10분위(5.54%) 간의 격차도 만만찮게 컸다.

■ ‘통계 사각지대’ 놓인 취약계층 실질소득

문제는 그런데도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을 정확히 파악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소득분배에 관한 각종 전망이나 통계도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분위별 실질소득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은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거한 실질소득을 계층별로 산출하는데, 이때 모든 계층에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한다. 가령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3분기 분위별 실질소득을 보면, 모든 분위의 실질소득이 명목소득을 108.76%로 나눈 값이다. 올해 3분기 소비자물가지수가 기준연도(2020년)에 비해 8.76%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 내부에서는 가계동향조사를 강화하지 않는 한 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따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약 7200가구 대상의 표본조사로 진행되는 가계동향 특성상 가구 특성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진다. 물가 상승률을 계층별로 계산하면 정확도가 다소 낮아진다는 얘기다. 2017년 통계청은 1인 가구와 고령자 가구의 물가 상승률을 따로 산출해 발표했으나 일회성으로 끝낸 바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자 가구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표본 수 자체가 워낙 과소해서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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