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달 들어 우유는 리터(ℓ) 당 300원, 생크림은 500g당 1천원이나 올랐어요.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아 대리점은 물론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매장, 온라인까지 샅샅이 살폈지만, 전부 비슷한 수준이더라고요. 값이 좀 더 싼 멸균우유 등 대체품도 써봤지만 맛이 달라지니 손님들이 바로 알아채네요. 우리처럼 작은 가게는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니 올려달라고 하면 올려주는 수밖엔 없죠.”
서울 성북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46)씨는 요즘 우유와 생크림 가격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씨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나 연말 파티 등의 예약을 이미 받아놓은 상황이라 올해까진 어떻게 버텨보겠지만, 내년부터는 디저트와 라떼 등의 판매가를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지난달 17일부터 흰우유 가격이 일제히 올랐고, 이어 우유를 재료로 쓰는 제품들의 가격이 줄줄이 따라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확산되고 있다. 발효유, 아이스크림, 커피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크리스마스·연말 케이크 수요 증가에 따른 ‘생크림 대란’ 탓에 가격 인상 폭을 더 크게 체감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에선 우유 가격 인상 여파가 내년에는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업계 말을 종합하면, 빙그레는 내년 1월1일부터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편의점 제품은 지난 1일부터 이미 인상된 가격을 적용 중이다. 투게더는 8천원에서 9천원으로 12.5% 올랐고, 붕어싸만코·슈퍼콘·빵또아 등은 2천원에서 2200원으로 10%씩 올랐다. 빙그레는 올해 3월 투게더·메로나 등의 가격을 올렸고, 8월에도 붕어싸만코·빵또아 등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빙그레 쪽은 “지난 3월과 8월엔 소매점 채널 가격 인상이고, 이번엔 편의점 가격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아 케이크를 만들 때 쓰는 생크림 수요가 늘어 ‘생크림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올려도 좋으니 구해만 달라”고 사정을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게티 이미지 뱅크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커피값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오는 22일부터 음료 90종 중 57종의 가격을 최대 700원까지 올린다. 2018년 이후 4년 만인 이번 인상의 대상은 대부분 라떼 등 우유가 사용되는 품목이다.
앞서 원윳값 협상이 끝나고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 등이 흰우유 가격을 일제히 ℓ당 6~9% 올리면서 밀크플레이션이 시작됐다. 에치와이(hy)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메치니코프 등 발효유 제품의 가격을 각각 인상한데 이어 빙그레 역시 가공유인 바나나맛우유 가격을 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경영 효율화를 통해 가격 방어를 한다고 해도 원재료 상승 앞에선 도리가 없다”며 “지난 9일에도 농식품부가 식품업계 관계자를 불러모아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마당인데, 오죽하면 업계의 가격 인상이 릴레이 하듯 벌어지겠냐”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유제품 가격 인상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업계의 가격 인상 도미노는 이제 자영업자들의 고통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달 들어 우유 가격은 ℓ당 200~400원, 생크림 가격은 500g당 500원~1천원 올랐다. 생크림의 경우엔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아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자영업자 쪽의 가격 협상 요구가 먹히지 않는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조아무개(54)씨는 “단골손님도 가격 500~1000원 인상에 금세 떨어져 나가는 터라 고민했지만, 품질 방어를 위해 우리 가게는 지난 1일부터 라떼 제품 가격을 300원씩 올렸다”고 말했다.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정아무개(39)씨는 “우유나 생크림은 보관 기간이 짧다 보니 사재기도 불가능하다”며 “생크림은 10개를 주문하면 5~6개 들어오는 품귀 상황이라 가격 협상은 커녕 구해만 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