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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안전운임제 연장은 커녕 폐지 수순…정부 “구조개혁” 시간끌기

등록 2022-12-12 18:54수정 2022-12-13 10:51

원희룡 “안전운임제뿐 아니라 물류구조 개선 목표”
다자 협의 공전하면 안전운임제만 사라질 수도
화물연대 “시장 혼란 간과한 무책임한 발언”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2일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반대하며 ‘화물운송 시장 구조개혁 논의 뒤 입법 추진’ 방침을 밝힘에 따라, 2020년부터 시멘트·컨테이너 화물운송 기사들에게 적용돼온 안전운임제가 연말에 폐지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전에는 ‘3년 일몰 연장’이었던 정부·여당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자칫 구조개혁 논의는 장기간 공회전하고 안전운임제만 사라짐으로써, 화물차주(운송기사)들이 다단계 저운임 구조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전운임제는 화주가 운수사업자에게, 운수사업자가 차주에게 지급하는 두가지 운임의 최저선을 정부 고시로 정하게끔 한 제도다. 화물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라 공익·화주·운수사업자·차주를 대표하는 위원 각 4명, 3명, 3명, 3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가 매년 10월31일까지 안전운임을 정하고, 분기별 평균 경유가격이 이전 분기에 견줘 50원 이상 오르거나 내리면 이를 반영한 운임이 다시 고시된다. “화물차 운임은 운송업체 간 과당경쟁과 화주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 화물 운전자들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 진단(국토부 2018년 4월10일 보도자료)이 제도 도입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안전운임제에 대한 견해는 달랐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의 올해 1차 파업 직후인 지난 6월16일 기자회견에서 안전운임위원회 구성과 원가 산정 체계 등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원 장관은 “운송사와 차주는 같은 이해관계인데, (안전운임위원회 안에서) 여기가 과다대표 되어 있다”고 했고, “운송원가 산정을 위한 객관적 데이터는 차주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고, 많이 받을수록 좋다는 사람의 설문조사라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의 2차 파업이 끝나고 사흘 만인 이날에는 “안전운임제 하나를 두고 밀고 당기는 대화만 할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협의체를 만들어 물류 산업 구조를 한단계 개선하는 것까지 목표로 해야 한다”며 논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그는 “앞서 제기했던 위원회 구성 문제 등도 모두 포함해서 논의해야 하고, 다단계 지입구조를 바꾸는 부분도 (협의체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화물연대만이 아니라 여러 운송시장 주체들, 그리고 전문가들과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연내 법개정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 일몰 3년 연장 개정안이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는 통과했지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별 다른 뾰족수가 없다.

지입제와 다단계 운송구조, 화주가 운임을 덤핑하는 관행 등은 오랜시간 국내 화물운송시장에 뿌리내린 문제들이다. 그런 만큼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뒤늦게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시간끌기용’으로 비쳐질 만하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논의가 종료될 때까지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면 그 자체만으로 시장에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간과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원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 해제에도 앞서 정부가 한 형사고발을 취하하지는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거부하거나, 명령 거부를 선동·강요한 화물기사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후속 과제”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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