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화물을 싣고 항구를 떠나고 있는 선박. HMM 제공
올해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오다 10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수출액이 2개월 이상 연속으로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수출 침체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무역·통상 환경이 좋지 않은 탓이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따위의 주요 변수 어디에서도 낙관적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무역협회가 이달 들어 내놓은 내년 전망 자료에도 이런 분위기가 배어 있다.
무협은 내년 수출이 올해 추정치(6900억달러)보다 4.0% 줄어든 6624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같은 주요 연구기관의 관측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품목 대부분의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수출 주력품목 중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영역으로 자동차가 거의 유일하게 꼽힐 정도로 침체 분위기다. 세계 경제 침체와 주요국의 금리 인상 효과에 따른 수요 위축, 원유 및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세를 바탕에 깔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 여파에 따른 실물경기 하락으로 수출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작고, 내수시장과 비교하면 수출의 수익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이 감산과 투자 축소를 예고하고 있는 것 또한 이와 맞물려 있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약 18조원 추정)의 절반가량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엘지(LG)디스플레이 쪽도 “필수 경상투자 외 투자 및 운영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내년 투자 감축 뜻을 밝혔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신규 사업 투자는 강화하되 불요불급한 투자의 최소화 및 투자 효율화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출 위축에 더해 수입 급증에 따른 무역적자 누적이 한국 경제에 큰 숙제거리로 떠올라 있다. 지난 11월까지 8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누적으로는 425억4100만달러에 이르렀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에 기록한 기존 연간 최대치 206억2400만달러의 2배를 넘는다. 그 뒤 경제 규모가 불어난 사정을 고려해도 작지 않은 비중이다.
올해 1~11월 무역적자는 같은 기간 전체 무역액 1조3004억5700만달러(수출 6289억5800만달러+수입 6714억9900만달러)의 3.3%에 이른다. 1996년 당시 비중 7.4%보다는 낮지만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5%(무역적자 132억6800만달러)보다 훨씬 크다. 무역적자 수치만 볼 때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상의 충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무역수지 적자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협은 내년 수입은 올해 추정치(7350억달러)보다 8.0% 줄어든 6762억달러에 이르러 무역수지는 138억달러 적자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절대적임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전체 경제 성장에서 수출의 기여도가 절반가량에 이른다는 게 단적인 예다.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1년 경제성장률 4.1%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2.1%포인트가 수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청 통관 수출 자료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에 따른 실질 부가가치액을 산출한 결과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올해나 내년 기준으로도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가계 부문의 소비 여력이 줄어 내수 경기가 식고 있기 때문이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다행히 종료되더라도 에너지 가격 하락 효과가 일시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급망 교란 같은 악재를 고려할 때 내년 말까지는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상태의 무역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란 뜻이다. 조 원장은 현재 수출 감소세와 무역적자 누적 흐름에 대해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데서 비롯된 게 아니라 지정학적 불안에서 촉발된 성격이어서 절벽으로 떨어질 위기 국면이라고까지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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