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4일 새벽 638조7000억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273명 중 251명의 찬성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반대 4명, 기권은 18명이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내년도 예산이 정부 원안보다 소폭 줄어든 638조7천억원으로 확정됐다. 전세 임대주택과 공공 노인 일자리가 정부안보다 각각 7천호, 6만1천개 늘고,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 제도는 사실상 무력화 수순을 밟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3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의 정부 총지출은 638조7천억원으로 정부 원안에 견줘 3천억원 줄었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4조2천억원을 감액하고, 3조9천억원을 증액한 까닭이다. 정부 총지출 규모가 국회 심의를 거치며 순감된 것은 2020년도 예산안(1조2천억원 감액) 이후 3년 만이다.
12개 분야별로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이 정부안보다 6천억원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백신 유효기간을 연장하며 백신 구매비가 삭감됐고 다른 사업들도 감액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환경 및 사회간접자본(SOC)·국방 부문 예산도 각각 2천억원, 1천억원씩 감액됐다.
반면 정부가 전액 삭감하려 했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3525억원 책정되는 등 일반·지방 행정 부문 예산은 5천억원 증액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 예산도 정부안보다 3천억원 늘었다. 기재부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전액 감액한 용인·평택 반도체 특화 단지의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 설치 지원 예산이 1천억원 부활하는 등 기업 지원 예산이 늘어난 까닭이다.
기존 유·초·중·고 교육에 쓰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일부를 내년부터 대학 등 고등교육에 쓰기 위해 신설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예산은 9조7천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를 포함한 교육 부문 예산이 정부안 대비 2천억원 늘었고, 문화·관광·체육 부문 예산도 1천억원 증액했다.
세부 사업별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한 임대주택 예산을 6630억원 증액함에 따라 내년 공공 전세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기존 3만호에서 3만7천호로 늘어난다. 정부가 내년에 올해 대비 6만1천개 줄이려 했던 공공형 노인 일자리도 예산 922억원을 증액해 올해와 같은 60만8천개를 지원한다. 지방대 별도 지원 예산 2500억원, 1조원 규모 소상공인 대출 저금리 전환 보증을 위한 예산 800억원, 루게릭 등 중증 희귀질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 요양 병원 건립 시범 사업 예산 40억원 등 신규 예산도 책정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법인세법 개정안 등 내년도 예산안 부수법안 15건도 의결됐다. 내년에 법인세 모든 과세 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씩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다주택자는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 12억원 초과 3주택 이상 보유자로 대폭 축소한다. 중과세 최고 세율도 기존 6%에서 5%로 내린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유예하고,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지금과 같은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자 등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총급여(비과세 소득을 제외한 연봉) 5500만∼7천만원인 무주택자의 월세 세액 공제율은 기존 10%에서 15%로,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2%에서 17%로 각각 올라간다.
이를 반영한 내년 정부의 총수입은 625조7천억원으로 정부 원안보다 3천억원 줄어든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 수입은 큰 변동이 없지만 세외 수입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3조1천억원 적자,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58조2천억원 적자로 정부안과 같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8%로 정부 원안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오는 27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증액 동의 및 예산 공고안, 내년도 예산 배정 계획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전체 세출 예산의 75%는 내년 상반기에 배정해 고금리로 인한 실물 경기 하강에 대응할 방침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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