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건조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덕성이엔지 이덕찬 사장(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직원들이 제품의 개선방향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덕성이엔지 제공
인천 남동공단내 교류 모임 ‘아이디어 장터’
비법 나누면 난관 돌파 ‘신발 건조기’ 히트
비법 나누면 난관 돌파 ‘신발 건조기’ 히트
네트워크 성공시대/⑤ 남동 21C회 동업자가 한명도 없는 중소기업인들의 모임이 있다. 1업종 1회원 원칙 아래 지리적으로 인접한 기업들이 뭉친 이업종교류회가 그 주인공이다. 서로 경쟁자가 아닌 까닭에 감출 것 없이 정보, 기술, 자원 등을 나눔으로써 경영상 어려움을 덜고 새 사업영역을 개척한다. 지역별 교류회의 하나로 인천 남동공단에 근거를 둔 ‘남동21C회’ 소속 업체들은 최근 지혜를 함께 모아 ‘신발건조기’라는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냈다. 덕성이엔지(www.okdseng.co.kr)의 이덕찬(47) 사장은 지난 2003년 초에 땀이 차거나 물에 젖은 구두와 운동화를 말리는 상품을 처음 구상했다. 당시 이 업체는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보일러 부품을 용접하는 일이 주업이었는데, 중국산이 쏟아져 들어와 시장을 많이 잠식한 데다 숙련공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이 사장은 당시 산업용 건조기를 생산하던 진원하이텍의 송종철(56) 사장에게 자문을 구한 뒤, UV램프와 정화필터를 활용한 신제품 제작에 도전했다. “엔지니어로 잔뼈가 굵었으니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청계천 공구상가를 돌아다니며 부품을 끌어모았습니다. 헌데 전자부품 제어나 제품 디자인은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더구나 금형에서 찍어내야 하는 플라스틱 사출은 완전히 문외한이었죠.”
네트워크 성공시대
이업종 교류는 지난 1989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 뒤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지식집약화로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완전히 뿌리를 내려 현재 이업종교류연합회에는 220개 그룹 4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회원기업의 매출총액은 25조원, 종업원 수는 13만 여명에 이른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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