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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업종 다른 중소기업인 머리 맞대고 기술개발

등록 2006-03-08 17:41수정 2006-03-09 18:16

신발건조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덕성이엔지 이덕찬 사장(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직원들이 제품의 개선방향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덕성이엔지 제공
신발건조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덕성이엔지 이덕찬 사장(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직원들이 제품의 개선방향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덕성이엔지 제공
인천 남동공단내 교류 모임 ‘아이디어 장터’
비법 나누면 난관 돌파 ‘신발 건조기’ 히트

네트워크 성공시대/⑤ 남동 21C회

동업자가 한명도 없는 중소기업인들의 모임이 있다. 1업종 1회원 원칙 아래 지리적으로 인접한 기업들이 뭉친 이업종교류회가 그 주인공이다. 서로 경쟁자가 아닌 까닭에 감출 것 없이 정보, 기술, 자원 등을 나눔으로써 경영상 어려움을 덜고 새 사업영역을 개척한다. 지역별 교류회의 하나로 인천 남동공단에 근거를 둔 ‘남동21C회’ 소속 업체들은 최근 지혜를 함께 모아 ‘신발건조기’라는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냈다.

덕성이엔지(www.okdseng.co.kr)의 이덕찬(47) 사장은 지난 2003년 초에 땀이 차거나 물에 젖은 구두와 운동화를 말리는 상품을 처음 구상했다. 당시 이 업체는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보일러 부품을 용접하는 일이 주업이었는데, 중국산이 쏟아져 들어와 시장을 많이 잠식한 데다 숙련공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이 사장은 당시 산업용 건조기를 생산하던 진원하이텍의 송종철(56) 사장에게 자문을 구한 뒤, UV램프와 정화필터를 활용한 신제품 제작에 도전했다.

“엔지니어로 잔뼈가 굵었으니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청계천 공구상가를 돌아다니며 부품을 끌어모았습니다. 헌데 전자부품 제어나 제품 디자인은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더구나 금형에서 찍어내야 하는 플라스틱 사출은 완전히 문외한이었죠.”

네트워크 성공시대
네트워크 성공시대
만만찮은 벽을 만난 이 사장은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열리는 남동21C회 모임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처음 서먹서먹하던 교류회 사람들과 몇 차례 세미나 겸 엠티를 다녀온 뒤 흉허물을 터놓고 지내게 된 터였다.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조언을 쏟아냈고, 회원사인 비성전자에서 직접 시제품 생산을 맡기로 했다. 비성전자의 허대영(56) 사장은 “당시 덕성의 제품을 봤을 때, 컨트롤쪽에 허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섭씨 67도를 넘으면 플라스틱 사출물에 변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첫 테스트 때 온도가 70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비성전자는 건조기의 내부온도가 항상 60도를 유지하도록 노하우를 전했다.

신발건조기는 2004년 12월 개발을 마치고 실용신안을 받았다. 지난 한해 동안 제조물책임법에 대비해 제품의 안전성을 높였고, 가을에는 인천 이업종 교류 플라자 행사에 출품도 했다. 신발을 단순히 말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장균, 황색포도상균을 99.9% 살균하는 이 제품의 전시대에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남동21세기 사람들이 없었다면 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힘들었죠. 제품이 완성된 뒤엔 회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자축했습니다. 고맙다는 말은 수도 없이 했고요.” 이덕진 사장은 신제품 개발의 성공을 이업종 교류회의 덕으로 돌렸다. 최근 본격적인 신발건조기 판매에 뛰어든 그는 앞으로 회원사들끼리 법인을 만들어 기능성 겨울남방을 제조·판매할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업종 교류는 지난 1989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 뒤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지식집약화로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완전히 뿌리를 내려 현재 이업종교류연합회에는 220개 그룹 4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회원기업의 매출총액은 25조원, 종업원 수는 13만 여명에 이른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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