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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첨단 신발’ 바꿔신고 젊은피가 뛴다

등록 2006-07-12 18:11수정 2006-07-13 11:04

10일 오전 부산 송정동 트렉스타 공장에서 최근 입사한 부산산업과학고 출신 서은규군(가운데)이 직장 선배들과 함께 새로 개발된 기능성 신발의 제조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
10일 오전 부산 송정동 트렉스타 공장에서 최근 입사한 부산산업과학고 출신 서은규군(가운데)이 직장 선배들과 함께 새로 개발된 기능성 신발의 제조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
유일한 신발 특성화 학교 현장실습서 튀는 아이디어
업체들, 졸업생 모셔가기 실버화 등 첨단메카 변신중

네트워크 성공시대/⑭ 부산산업과학고

부산 송정동의 신발업체 트렉스타에는 생산라인이 하나뿐이다. 중국 천진에 5500여명이 일하는 대공장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시범생산을 위해 숙련공으로 구성된 생산라인 하나만 한국에 남겼다. 대부분 40대와 50대로 구성된 이곳 근로자 가운데에는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은규(19)군이 포함돼 있다. 서군은 “다른 직원들은 모두 삼촌, 이모 뻘”이라며 “또래들은 신발공장을 기피하지만, 개인적으론 전문가를 목표로 도전해볼 만한 업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때 연 수출액 50억달러를 기록했던 부산은 1990년대 저임금을 내세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세계의 신발공장’ 자리를 내줬다. 그 뒤 수많은 회사가 부도를 맞거나 국외로 이전하며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기를 보냈다. 최근 아이티과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무기로 부활을 꿈꾸는 이곳 업체들의 고민거리는 ‘젊은 피’의 부족. 10여년간 사양산업의 오명을 쓴 까닭에 기술자로 키울 20대 신입사원을 구하기 힘들었다. 전국에서 하나뿐인 신발 특성화고교인 부산산업과학고등학교는 이런 인력난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6년전 부산서여상에서 교명을 바꿔 개교한 이 학교는 2학년생부터 전공을 정해 제화, 금형설계, 디자인 등 특화된 교육을 시키고 있다. 한 학년 180명 안팎으로, 졸업생의 30~40%는 창신, 태광실업, 국제상사 등 신발 소재·완제품 회사 등에 취업한다. 나머지는 경남정보대 신발패션과, 동서대 신발지식공학과 등에 진학해 전문지식을 익힌다. 기능인력과 예비 기술인력을 함께 배출하는 통로인 셈이다. 2, 3학년들의 경우 한주에 20시간 이상이 실습수업일 정도로 현장 위주의 교육을 펼치고 있다.

신발업체들이 이 학교 졸업생들을 반기는 까닭은 신발이 좋아서 취직한 젊은이들의 경우 기업의 핵심가치를 쉽게 공유하기 때문이다. 트렉스타의 안창욱 마케팅 팀장은 “협력관계가 있는 미국 선글라스 업체 오클리에 가보면 직원들이 명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면서 “고급신발 제조는 이런 기업문화가 쌓여야 가능한데, 부산산업과학고 졸업생들이 그 밑돌을 놓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부품소재 업체 쪽에서도 20대 신입사원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연말에 부산산업과학고 실습생 5~6명을 받아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백산실업의 김재수 대표는 “한때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고용해 공장을 돌린 적도 있었는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인건비 등에 부담은 있지만 제품개발·디자인에서 톡톡 튀는 발상을 내놓는 20대 직원들이 많아져야 희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산의 신발산업은 발의 충격을 덜어주는 노인용 실버화, 위치추적시스템을 장착한 미아방지용 신발, 신고 걷는 것 만으로 혈당을 낮추는 당뇨환자용 신발 등 첨단신발 제조의 메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산 신발업체들의 지난해 수출액 2조5천억원 가운데 20% 이상이 고부가제품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체질개선을 떠받치는 기둥이 부산산업과학고와 인근 2년제 대학들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이다.

문진복 경남정보대 신발패션과 교수는 “산업과학고 학생들은 기본 신발제조기술을 고교과정에서 뗐기 때문에 곧장 현장에 투입될 수 있고, 관련 대학에 진학해도 경쟁력이 있다”면서 “진학자들이 많지만 대부분 디자인이나 화학공학 쪽의 체계적 지식을 습득한 뒤 신발산업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자긍심 심어줘야 신발산업 부활”

부산산업과학고 김인규 교사
부산산업과학고 김인규 교사
“실업계 교육이 살아나려면 학생들에게 비전을 심어줘야 합니다. 한동안 고교 2년을 마친 뒤 업체에서 1년 근무하는 ‘2+1 제도’가 운영된 적이 있는데, 이게 오히려 산업인력의 배출을 막는 장애물이 됐어요. 중소기업쪽에서 인격적 대우를 해주지 않고 환경도 열악해 취업에서 진학으로 진로를 돌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우리 학교는 외부 전문가 강연이나 국외연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첨단산업 일꾼으로서 긍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부산산업과학고등학교의 김인규 교사는 “부산 신발업계의 미래는 젊은 산업인력을 어떻게 배출하고 성장시키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생산설비의 대부분이 국외로 옮겨간 터라 숙련 기술자의 신규배출도 그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제껏 살아남은 업체들은 부품소재나 특화상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무기로 삼고 있는데, 기술자가 없으면 현장의 기술혁신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산업기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2학년생 20명을 해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초대형 공장들로 견학을 보냅니다. 수천명이 일하는 생산라인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생각이 바뀌지요. 신발산업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체감하고, 또 글로벌한 분업체계 속에서 한국기업들이 살아남을 길을 함께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가 트인 아이들은 신발업계의 전문인력이 되겠다는 포부를 키우겠지요.”

개교 뒤 3~4년 동안 신입생 모집 때 미달 사태를 빚었던 부산산업과학고는 지난해부터 1.3대 1꼴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부산 외곽지역에 위치한 데다 신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견고한 상황이지만 조금씩 좋은 인재들이 모이며 희망이 싹트고 있다는 증거다. 김인규 교사는 “업체들이 단순 인력을 받아서 3D 업종에 이용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지속적인 인력 공급이 힘들어 질 것”이라며 “학교, 기업, 지역사회가 협력해 인재들을 키워 부산 신발산업의 백년대계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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