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전자부품업체 13곳 손잡고 아파트형 공장 설립
제품개발 협업으로 매출 늘려 9곳 남아 ‘중견’으로 ‘우뚝’
제품개발 협업으로 매출 늘려 9곳 남아 ‘중견’으로 ‘우뚝’
네트워크 성공시대/(15) 한국전자협동 옛 구로공단 터는 이제 마천루의 숲처럼 보인다. 섬유업체나 가내수공업 형태의 전자부품 임가공업체들이 모여 있던 자리는 ‘구로디지털단지’로 탈바꿈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15~20층 규모의 첨단 아파트형 공장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부터다. 상전벽해라 할 구로공단 변신의 첫 장을 쓴 주역 중 하나는 1997년 이곳에 6층짜리 아파트형 공장을 지은 13개 중소 전자부품 업체들이었다. “제조업에 3년 이상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굴 잡고 물어봐도 최고의 소원은 자기 공장을 갖는 거라고 답할 거예요. 경기도 광명, 서울 화곡동 등지에 흩어져 있던 기업들이 사업장을 합쳐 구로로 옮겨온 까닭도 거기 있습니다. 그 뒤 공동 기술개발, 상호발주, 정보교류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동반성장을 일궈냈죠.” 공장 건립 및 운영 주체로 입주 기업들이 함께 설립한 법인인 ‘한국전자협동’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병우 동우자동도어 사장은 “부도를 맞고 팔려가는 회사가 생기는 등 10여 년 동안 제법 부침을 겪었다”면서 “지금 남은 9개사는 은밀한 사업정보를 나누고 급할 때 자금을 융통해 줄 만큼 끈끈한 우정으로 뭉쳐있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들은 78억원을 모으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50억원을 대출받아 2개 동의 공장을 지었다. 큰 건물은 현재 나산정밀, 동성정공, 동우자동도어, 동진산업사, 시코정보기술, 원샤프트정공, 이레전자산업, 파워넷 등이 층별로 나누어 사용하고, 다른 한 동은 몸집이 큰 내외시스템이 쓴다. 입주 당시 종업원 5명 안팎의 영세기업들이었지만 이젠 어엿한 중소기업들로 자리잡았다.
한국전자협동의 아파트형 공장 1층에 입주해 있는 동성정공 직원들이 프레스 작업 뒤 생산된 부품들을 점검하고 있다.
구로에 공장을 마련한 덕분에 인력을 구하는 데도 장점이 많다. 출퇴근도 편리하고 작업 환경이 개선되자 이직률도 크게 떨어졌다. 또 건물 6층에는 공용식당을 마련해 사원복지도 이전보다 좋아졌다. 한국전자협동이 건물 및 주차장 시설관리와 식당 운영을 맡아 하기 때문에 입주 기업들은 자잘한 업무에 신경쓰지 않고 지낸다. “처음 입주할 땐 한창 사업욕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모이면 리스크 관리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합니다. 경기가 어려운 탓도 있겠지만 다들 50대에 접어들더니 걱정거리가 많아진 것 같아요. 허허. 10여년 동안 다양한 협업모델을 실험해 결실을 거뒀지만 그래도 최고의 성과를 꼽자면 믿음 가는 사업 파트너들을 만났다는 점입니다.” 구로디지털단지의 터줏대감이 된 김병우 사장의 설명이다. 글·사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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