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수십년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과 저금리 시대의 종말,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통화긴축이 한데 겹친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이 세계 및 각국 경제에 도래하면서 내년 실질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컨센서스를 이루지 못한 채 아리송한 퍼즐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실에서 성장률 전망치는 물가상승율 못지않게 최저임금을 포함한 기업 임금교섭 테이블에 올려져 경제주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숫자다.
최근 국제경제 지표 가운데 가장 놀라운 소식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 3.2%(연율·직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연간 성장률로 환산)였다. 10월27일 발표된 속보치(2.6%)가 11월30일에 잠정치(2.9%)로 수정된 뒤 다시 3.2%까지 튀어 오른 것으로 확정됐다. 속보치·잠정치·확정치로 나눠 발표되는 각국 중앙은행과 미 상무부의 성장률 지표가 두달새 0.6%포인트나 뒤바뀐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케이비(KB)증권은 “3분기 성장률이 2.4%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3.2%나 나왔다. 그 어떤 경제분석가도 이렇게 높을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의 1분기 성장률도 시장은 +1.1%를 전망했지만 실제는 -1.6%로 나와 쇼크를 기록한 바 있다. 물가 급등세가 실질 성장률 전망치도 대혼돈에 빠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1.6%, 2분기 -0.6%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개념 정의상 ‘기술적 경기침체’ 진입)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 오히려 마이너스를 뒤로 한채 큰 폭으로 뛰면서 실제로 침체에 이미 빠져든 것인지를 놓고 경제분석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등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각종 지표들도 ‘경기침체 확률’로 제시한 값이 100%~0%까지 분포하는 등 유례 없이 제각각이다. 현재 국내외 경제성장률은 바야흐로 컨센서스가 없는 ‘퍼즐 맞추기식’이 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대 수입시장인 미국의 분기 성장률이 급변동하면서 내년 미국·세계·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내년 초쯤에 기존 전망에서 큰 폭의 수정이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성장률 전망치는 어느 기관이 숫자를 보다 정확하게 맞추는지를 넘어 현실에서 경제주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계의 소비지출계획과 기업의 투자 계획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물가지표와 더불어 최저임금 결정 산식에 공식 포함된다. 각 기업의 임금교섭 테이블에서도 성장률 전망치는 노동자의 총부가가치 생산성 기여분 몫으로 제시되기 마련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