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 식품 판매대에서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연간 매출 ‘3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국내 식품기업이 3곳이나 늘어나는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전년도에 견줘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졌다. 가격인상을 하고도 수익성을 높이지 못한 결과다. 이에 따라 추가 가격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농심·롯데제과·에스피씨(SPC)삼립 등이 식품기업 대형화의 척도로 여겨지는 ‘매출 3조원’을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농심과 에스피씨삼립, 롯데제과는 각각 지난해 매출 3조1291억원, 3조3145억원, 4조745억원을 거뒀다. 연 매출 3조원을 넘긴 식품기업은 2021년 씨제이(CJ)제일제당, 동원에프앤비(F&B), 대상, 현대그린푸드 등 4개였는데, 지난해에는 3곳이 추가돼 총 7곳으로 늘었다. 업계에선 아직 실적 공개 전인 오뚜기의 매출 역시 3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견 식품업체들의 실적도 호전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 2조8732억원, 영업이익 466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빙그레 역시 매출 1조2676억8582만원, 영업이익 394억766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5%와 50.2%씩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그만큼 개선되지는 않았다. 농심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6%로 전년도 4.0%에 견줘 소폭 감소했고, 에스피씨삼립은 2.2%에서 2.7%로 늘었지만 다른 기업들에 견줘 낮은 수준에 그쳤다. 롯데푸드 흡수합병으로 전체 매출액이 늘어난 롯데제과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3%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3.9%에서 3.3%로 줄었다.
지난해 식품업체들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부자재 부담, 인건비 상승 등 원가부담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가격 인상의 ‘단골 이유’였다.
농심은 지난해 3월 스낵 가격 인상을 한 데 이어 9월엔 라면 26종, 스낵 23종의 가격을 평균 11.3%, 5.7% 인상했으며, 롯데제과는 지난해 4월 과자·빙과류 등 가격을 100~1300원까지 인상했다. 에스피씨 역시 지난해 1월 파리바게뜨 66개 품목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고, 3월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격을 평균 8% 올렸다.
식품업체들이 원가부담을 이유로 가격인상에 나섰음에도 수익성은 후퇴하거나 답보한 탓에 올해에도 가격인상이 이어지며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이미 롯데제과·에스피씨·빙그레·웅진 등은 일부 품목에 대해 또다시 가격을 올렸고, 가격 인상 주기는 기존 1~2년에서 6~7개월로 짧아지고 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 쪽에서 식품은 가계소비 중에 가장 줄이기가 어려운 품목인데, 가격 인상 요인 상쇄를 위한 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손쉽게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며 고통 분담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식품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매년 영업마케팅 비중을 낮추는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원가 비중이 높은 식품 사업 구조상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원가부담 탓에 식품업계의 가격인상이 지난해와 올해 초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판매 채널별로 가격 조정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착시효과도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경영 효율화 등 자체적인 수익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을 가격 인상 비판의 반박 논리로 대는 것은 기업이 경영 효율화 전략이 부재했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쓸데없는 마케팅·프로모션 비용을 낮추는 등의 자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원부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식품업계 역시 가격 인하를 하거나 상품 중량을 늘리는 등의 조처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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