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은행주식 퍼담은 외국인들은 다 알고 있었을까

등록 2023-02-18 10:00수정 2023-02-18 20:41

[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황금알 낳는 한국의 대형 은행
대형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5일 시민들이 주요 은행 현금인출기를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5일 시민들이 주요 은행 현금인출기를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외환위기가 일어나고 대규모 기업부도로 은행 부실이 심각해져 있던 1998년 6월29일, 금융감독위원회가 동화·동남·경기·대동·충청 등 5개 은행의 영업을 정지시켰다. 전날 언론 보도로 소식을 들은 은행 직원들이 전산 시스템을 모두 꺼버리고 나가는 바람에, 업무는 마비됐다. 금감위 직원들은 경찰을 데리고 은행 본점 금고를 장악했다. 퇴출 은행은 신한·주택·한미·국민·하나은행에 각각 인수됐다. ‘은행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는 그렇게 무너졌다. 그 뒤 몇개의 부실은행에 대해 추가로 인가가 취소됐다. 정부는 은행 대형화를 위해 합병을 유도했다. 이를 거쳐, 현재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신한, 케이비(KB)국민,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과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이 원화 예수금 기준으로 77%, 대출금 기준 67%의 시장을 점유하는 과점시장이 돼 있다.

돈 잔치 주인공은 ‘외국인 주주’

지난해 실적을 결산한 1월부터 대형 은행들은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까닭이다. 대통령실은 2021년에 16조9천억원이던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이 18조9천억원으로 2조원 더 늘었다고 밝혔다. 4대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4대 금융지주사 순이익은 15조9천억원에 이르렀다. 4대 금융지주는 순이익의 25.4%에 이르는 4조416억원의 현금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외국인들은 2021∼2022년 사이 4대 금융지주의 지분율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말 케이비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3.23%로 2년 전에 견줘 7.8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이 5.13%포인트 늘어나 70.15%, 신한금융의 지분율이 5.21%포인트 늘어나 62.27%가 됐다. 우리금융도 14.96% 늘어난 39.8%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배당액 가운데 62.7%인 2조5349억원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들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61%를 성과급으로 책정했고, 케이비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에 특별격려금으로 1인당 340만원씩 지급한다. 지난해보다 조금씩 늘렸다. 임원 성과급은 액수가 더 크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1조3823억원의 성과급을 임직원에게 지급한 바 있다.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2017년부터 큰 폭으로 늘었다. 2008∼2016년 사이엔 연평균 5조8천억원에 머물던 것이 2017년 11조1천억원으로 뛰었고, 2021년 16조9천억원, 지난해 18조9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우선 2014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해 이자 수익 기반을 넓혔다. 2021년부터는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벌어져 수익이 급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0년 41조2천억원, 2021년 46조원이던 국내 은행의 이자 순수익이 지난해엔 54조9천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은행 고객들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는 동안 은행이 돈 잔치를 벌이는 것에 매우 불편해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그렇게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18년 12월,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2019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란 보고서에서 ‘최소기본수익률’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현재의 성장률과 배당 성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최소 8%는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은행연합회는 이를 지지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은 2020년 5.5%, 2021년 7.0%였다. 2022년 상반기에 8.1%였으니, 이제 겨우 최소수익률에 도달했다는 게 은행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평균값이고, 4대 금융지주의 2021년 자기자본이익률은 이미 8.8∼10.9%에 이르렀다.

문제는 은행들이 고유의 기능인 ‘자금중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다. 은행이 신용공급 과정에서 수행하는 정보 생산과 모니터링 기능은 비은행 금융기관은 수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를 은행 고유의 금융중개기능이라 한다. 은행이 이를 잘 수행할 때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대출, 신용대출, 장기대출의 비중이 높아진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며 돈을 벌어왔다. 부실채권은 줄어들고, 수익력은 더 커졌다.

2021년 케이비국민은행의 직원 평균급여가 1억1200만원(16년4개월 근무)일 정도로 은행의 보수 수준은 높다. 은행들은 판관비를 줄여 수익성을 더 높이기 위해, 점포와 인력을 줄이고 있다. 작년 말에서 올해 초에 걸쳐서도 한사람당 수억원에 이르는 명예퇴직금을 주며 사람을 내보냈다.

은행이 수익 욕구를 적절히 억제하고 공적 기능을 더 잘 수행하도록 할 방법이 있을까? 은행의 순이자 마진은 금리 수준이 올라갈 때 커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여덟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이 은행 순이익 증가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그걸 막자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제약할 수는 없다. 결국 ‘횡재’를 어떻게 환수하느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당국의 어설픈 개입은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2022년 11월 시중 자금이 은행에 대거 쏠리자, 금융당국은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는 예대마진을 더 키워, 은행 수익을 더 늘려주는 결과를 낳았다. 예금자들은 불만스러웠다.

‘은행이 공공재’라는 대통령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면 예대마진은 조금 줄어들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 과점을 언급하며,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15일 금융감독당국에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은행업을 전자금융거래 방법으로 영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인가했다. 2016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었고, 토스뱅크가 2021년 10월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디지털로 무장한 5대 은행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별다른 금융 서비스 경쟁력 향상 없이 그저 몸집만 키운 몇몇 은행에 시장을 넘겨준 후과를 지금 금융 소비자들이 치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이 공공재’라고 계속 강조한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못 쓰게 할 수 없는 재화나 서비스, 그래서 민간이 공급하기 어려운 것이 공공재다. 은행의 금융 서비스는 공익과 관련성은 깊지만, 공공재가 아니다. 그래서 ‘민간이 공급’하고 ‘경쟁’이 거론될 수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상한 언급은 정부 정책이 어디로 갈지 혼란스럽게 한다. 은행들은 개평 떼주듯 사회공헌기금을 내고, 정부는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며 은행 경영진 선임에 개입하는 길을 여는 것으로 끝난다면 너무 허탈할 것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논설위원.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배추 한 포기 ‘1만원’ 코앞…태풍 힌남노 때 가격 넘어설까 1.

배추 한 포기 ‘1만원’ 코앞…태풍 힌남노 때 가격 넘어설까

[단독] 부라보콘의 ‘콘’ 바뀌었는데, 왜 공정위가 ‘칼’ 뽑았나 2.

[단독] 부라보콘의 ‘콘’ 바뀌었는데, 왜 공정위가 ‘칼’ 뽑았나

삼성전자, 갤럭시 탭 S10 공개…11인치 일반형은 없애 3.

삼성전자, 갤럭시 탭 S10 공개…11인치 일반형은 없애

10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음악 못 듣나?…‘공정위 제재’ 진실은 4.

10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음악 못 듣나?…‘공정위 제재’ 진실은

출범 3년간 누적손실 2조8천억…SK온 첫 희망퇴직 5.

출범 3년간 누적손실 2조8천억…SK온 첫 희망퇴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