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윤리구매 심사’ 강화를 이유로 납품업체들에게 소속 직원 전체의 최근 1년치 출퇴근·급여 기록과 신분증 사본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납품업체 쪽은 “가뜩이나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이 급증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이런 요구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도 스타벅스는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스타벅스는 최근 납품업체들에게 ‘스타벅스 윤리구매 심사 관련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내, 전체 직원의 개인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스타벅스 쪽이 요구한 개인정보 항목은 최근 12개월치 출퇴근기록(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기록 등), 12개월치 급여기록(월급여지급명세서 등), 근로계약서, 직원명부, 인사기록카드, 신분증 사본 등 매우 광범위하다. 국내 스타벅스 납품업체는 수백개에 달한다.
스타벅스는 협력업체에 보낸 동의서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윤리구매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적정근로시간 준수, 미성년자 취업 여부, 최저임금 지급 여부 등을 점검하고자 한다”며 “하도급 직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생산조건을 검증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런 요구를 받은 협력업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주민등록증 사본은 관공서나 금융권도 취급 시에 온갖 주의를 기울이는데, 일반 대기업이 직원들의 중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며 “(요구하는 정보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데다, 엘지유플러스 사태에서 보듯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선 위험하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보유·이용 기간이 최대 50일이고, 심사종료 후 즉시 폐기한다고 돼 있지만, 전달하는 전후 과정에서 유출이 안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냐”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현재 스타벅스 납품과 전혀 관계없는 부서까지 총망라해 천여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해당 개인정보 제출 동의를 받고 있다.
전체 직원 개인정보 요구가 무리하다고 판단해도 납품을 하는 ‘을’의 처지에서는 ‘갑’인 스타벅스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스타벅스는 동의서에 “정보주체는 동의 거부를 할 수 있다”면서도 “제품생산 중단을 추진하는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적었다. 또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스타벅스 쪽 요구가 찝찝하고 일종의 갑질이란 생각도 들지만, 갑이 요구하는데 납품을 꼭 해야 하는 처지의 을이 감히 이유를 따져 묻거나 거부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스타벅스는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유출 사실을 숨긴 전력도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11일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하고도 이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지 않아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아동노동·강제노동 이슈가 발생하면서 스타벅스 아시아퍼시픽 쪽에서 윤리구매를 위해 3년의 준비를 해 제3의 업체에 의뢰해 협력업체 운영을 체크하고 있다”며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엔 상위 10개 업체를 선정해 현재 6군데를 진행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3의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체크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는데, 협력업체 쪽에 불편을 끼쳤다면 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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