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하반기 두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준공한 대구 풀필먼트센터 전경. 쿠팡 누리집 갈무리
‘이커머스 신흥강자’ 쿠팡이 지난해 27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오프라인 유통강자’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제쳤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부터 두 분기 연속 1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올해 연간 흑자 가능성도 보여줬다.
1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실적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은 205억8261만달러(27조272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매출 184억637만달러에 견줘 26% 증가했다. 다만, 연간 흑자 달성엔 실패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억1201만달러(1484억원)로, 전년도 영업손실 14억9396만달러와 비교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업계에선 쿠팡이 두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340만달러(1105억원)로, 3분기 7742만달러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4분기 매출은 53억2677만달러(7조58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이런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 실적은 전통 유통 강자 이마트와 롯데 유통부문을 앞선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대형마트·노브랜드 등 전문점 통합)은 16조9020억원으로, 온라인 부문인 에스에스지(SSG)닷컴과 지(G)마켓 매출을 더해도 20조원에 그친다. 롯데쇼핑(백화점·마트 등 통합)의 지난해 매출은 15조4760억원이다.
쿠팡의 ‘충성 고객’ 수 증가는 경쟁사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쿠팡은 이날 ‘와우멤버십’ 회원(유료회원) 수가 1100만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월 회비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는데도 전년보다 200만명 늘어난 것이다. 이는 네이버 ‘플러스멤버십’ 회원 수 800만명과 에스에스지 통합멤버십 ‘스마일클럽’ 회원 수 300만명을 합친 것과 같은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활성고객’ 수는 1811만5천명으로 집계됐다.
쿠팡이 신사업으로 분류한 쿠팡이츠(배달앱), 페이(전자결제), 쿠팡플레이(OTT) 등의 성적이 저조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지난해 신사업 매출은 6억2802만달러(8321억원), 연간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2억2462만달러로 집계됐다. 쿠팡이 벤치마킹한 아마존의 경우에는 클라우드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이 40%를 넘는 등 매출 대부분을 유통에 의존하는 쿠팡과 대비된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쿠팡의 ‘수익 추구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한다. 로켓배송의 강점 덕에 멤버십 월 이용료와 상품 가격 등을 올리면서도 수익 개선을 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쿠팡이 멤버십 이용료를 올릴 때만 해도 고객 수가 떨어질 거란 예측이 많았는데, 고객 수와 매출이 동시에 느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엔 최저가 정책에서 벗어나 다른 사이트와 비교해도 쿠팡 상품 가격이 싸지만은 않다. 다음날 무조건 주문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로켓배송의 힘 때문에 쿠팡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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