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 보유 4개 계열회사의 신고를 누락해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박 회장이 빠뜨린 계열사 4곳 중에는 살수차 등 시위 진압용 장비를 만들어 타이·이란 등에 수출한 지노모터스 등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8일 대기업 집단 금호석유화학의 총수(동일인)인 박찬구 회장이 2018∼2021년에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소속회사 ㈜지노모터스, ㈜지노무역, ㈜정진물류, ㈜제이에스퍼시픽 등 4개사를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의 계열사 누락·허위 신고에 대해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에 따라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 건은 박 회장이 누락된 회사를 인지하고도 고의로 배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누락된 4개사는 박 회장의 처남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들이다. 2018∼2020년 지정자료에서 누락된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은 박 회장의 첫째 처남 일가가 지분을 100% 갖고 있었다. 정진물류와 제이에스퍼시픽(2018년 청산 종결로 간주)도 둘째 처남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했다. 이 가운데 지노모터스는 특장차 제조사다. 2020년 타이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을 때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지노모터스가 만든 ‘한국산 살수차’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인 바 있다.
공정위는 앞서 박 회장에게 친족 회사에 대한 계열사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점을 들어 계열사 누락의 ‘고의성’을 주장했다. 공정위는 “(박 회장은) 2021년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친족 회사에 대한 계열회사 여부를 확인 요청받은 뒤 내부적으로 검토하고도 둘째 처남이 보유한 정진물류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지정자료에 대해 직접 보고를 받고 인감날인 및 자필서명을 해온 점 △금호석유화학 회장부속실에서 총수 친족들이 보유한 회사 정보를 관리해오고 있던 점 △금호석유화학 지정자료 제출 담당자 역시 친족들이 누락된 4개사를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지한 점 등도 강조했다. 누락된 회사들이 그동안 공시 의무 등 규제를 피해왔고 일부는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을 받은 점도 사안의 ‘중대성’을 키웠다.
금호석유화학 쪽은 ‘실무자의 혼동’으로 인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2016년 갑작스러운 계열분리 및 대기업집단지정 당시 실무자가 법령상 계열회사 혼동으로 누락된 사항이다. 공정위도 이들 4개사를 금호석유화학 및 계열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로 보고 친족독립경영 인정을 통해 계열제외 조치를 했다”며 “일감 몰아주기나 승계를 위한 계열회사 은폐 등 업무 관련성 및 거래관계는 일절 없었다. 재발방지를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2018년에도 임원이 보유하고 있던 청해소재를 계열회사에서 누락해 공정위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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