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세금이 소비자물가에 연동돼 매년 조정되는 현행 주세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맥주·탁주 주세 물가 연동제를 시행 2년 만에 폐지하는 방안까지 열어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20년에 맥주·탁주 주세에 종량세를 도입한 것은 좋았지만, 물가에 연동되게 한 부분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제도가 오히려 시중의 소비자 가격을 편승 인상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종량세는 유지하되 이 부분을 폐지하는 (방안을), 물가 연동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전문가나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해볼 생각”이라며 “세금을 물가에 연동하기보다는 종량세도 일정 시점에 한 번씩, 국회에서 양에 따라 세금을 정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행 2년 만에 물가 연동제를 완전히 폐지할 경우 고물가 시기에 종량세 체계인 맥주·막걸리와 종가세인 소주·증류주 등 간의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1968년부터 이어져 온 주세 종가세 체계를 개편하기로 하고, 체계 전환에 찬성하는 맥주·탁주에 먼저 2020년 종량세를 도입했다. 동시에 종가세가 유지되는 소주·증류주 등과 형평성을 고려해, 종량세로 바뀌는 맥주·탁주 주세에는 2021년부터 세율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동하는 물가 연동제를 시행했다.
다만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5.1%를 기록해 맥주·탁주 주세 부담이 급격히 커질 거란 지적이 나오자, 정부 재량으로 세율 인상폭을 70∼130% 안에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탄력세율 제도도 추가로 도입해 현재는 하한선인 70%가 적용 중이다.
추 부총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3월에 특별한 기상 악화나 돌발 요인이 없으면 2월의 4.8%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4%대 초반이나 중반 선이 아닐까 한다. 2분기에는 그보다 훨씬 낮은, 어쩌면 3%대 물가 상승률 수준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법안에 대해서는 “최근에 야당에서 (지원을 확대하자는) 전향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야당이 전향적인 입장이라면 저희도 전향적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했다. 추 부총리는 “강제징용 해법 발표가 있었고 경제 분야도 궤를 같이해서 일본 정부와 대화 채널을 더 활발히 가동해야겠다 생각”이라는 말도 남겼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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