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해 12월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이른바 ‘빌라왕’ 전세 보증금 사기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 3명이 최초로 당국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22일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를 얼어 전세사기 관련 과다감정평가서를 발행한 감정평가사 2명과 빌라를 과다감정한 감정평가사 1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징계처분 내용은 각각 업무정지 2년, 업무정지 1개월, 행정지도(경고) 등이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A씨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빌라 등 9건의 담보목적 감정평가서를 작성·발급하면서 감정평가액을 확정할 때 같은 단지 안에 유사한 거래 사례가 존재하는데도 이를 배제하는 방법으로 고액의 거래사례를 선정해 대상 물건들의 감정평가액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B씨는 2022년 1월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빌라의 담보목적 감정평가서를 작성·발급하면서 이 단지 외부의 고액 거래사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대상 물건의 감정평가액을 높여 감정평가법령을 위반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또다른 C씨는 2021년 11월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빌라에 대한 일반거래목적 감정평가서를 작성·발급하면서 감정평가액을 확정할 때 평가물건은 정비구역 밖에 존재하는데도 정비구역 안에 존재하는 비교사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발사업 여부에 따른 감액사유를 반영하지 않은 채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국회제공정보와 자체조사를 통해 수집한 감정평가서들을 대상으로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과다감정평가서를 가려냈고 이 중 15건에 대해 타당성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징계 의결한 건들은 타당성조사가 끝난 11건의 감정평가서에 대한 것이다. 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4건에 대해서도 추후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최근 5년간(2018~2022) 감정평가서를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에 가입했으나 보증사고가 난 1203건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인된 감정평가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은 본연의 역할을 저버린 행위”라며 “향후 법령을 개정해 불법행위에 가담한 감정평가사는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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