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지난 2월 1.7%에서 1.6%로 낮춘 데 이어 석달 만에 또다시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1.4% 성장률은 2% 안팎으로 추정되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라는 돌발적 충격이 발생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한은은 “지난 1분기 성장률은 민간소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중 수출과 정보기술(IT)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서 소폭 플러스 성장에 그쳤다. 2분기에도 회복 모멘텀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분야별 전망치 수정에서도 수출 부진의 그림자가 뚜렷하다. 한은은 연간 상품 수출 증가율을 지난해(3.4%)보다 크게 낮은 0.4%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부진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도 지난 2월 전망(260억달러)보다 20억달러 낮췄다. 지난해 11월 예상치(280억달러)에 견주면 6개월 만에 40억달러의 축소 조정이다. 이번 전망에 제시된 경상수지 흑자 240억달러는 유로존 부채 위기 등으로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2011년(166억달러)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3.5%)을 유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 내부에 물가 상승 압력은 높다고 한은이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민간소비는 가계소득 증가,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25만명, 실업률은 3.0%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번 수정 경제전망과 함께 향후 중국 경제의 회복 양상, 선진국 금융 불안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해 대안 시나리오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중국 경제 리오프닝 모멘텀이 강화'되는 경우(시나리오1), 올해 성장률은 1%대 중반, 물가상승률은 3%대 후반으로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선진국 금융 불안이 확대'되는 경우(시나리오2)에는 올해 성장률은 1%대 초반, 물가상승률은 3%대 초반까지 각각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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