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위 사진). 원안에 따르면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이곳에서 교각 위로 지나는 제2순환고속도로(화도~양평)와 연결될 계획이었다. 아래 사진은 같은 날 오후 촬영한 대안 노선 종점으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대안노선에 따르면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이 일대에서 교각 위로 지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될 계획이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애초 이 도로 건설의 핵심 목적이었던 ‘6번 국도 정체 해소’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국토부는 변경안이 6번 국도 정체 해소에 더 효과적인데다 이 사업의 더 큰 목적인 서울 동남권 간선도로망 구축에 잘 부합한다고 반박하고 있어, 오는 26일로 예정된 국회 현안 질의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2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보고서를 보면, 이 사업의 목적은 ①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국도 6호선의 교통 정체 완화 ②국가간선도로망 동서 7축(인천-강원 원주) 지선으로, 경기 동남권 간선도로망 확보 ③서울시와 양평군의 지역 간 접근성 향상 등 세 가지다. 아울러 서울-춘천 고속도로 차량 정체 해소가 ‘기대효과’로 담겨 있다.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주장하며 노선 변경을 문제 삼는 쪽에선 2년여 전 예타를 통과한 노선(양평군 양서면 종점안)과 달리, 국토부가 내놓은 대안 노선(양평군 강상면 종점안)은 6번 국도 정체 해소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타 노선은 제2순환고속도로로 접속해 양평나들목(IC)을 거쳐 6번 국도로 쉽게 이어지지만, 대안 노선은 제2순환고속도로보다 7~8㎞가량 남쪽인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접속해 6번 국도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한 양평군 주민은 “국토부 대안 노선은 주말이면 주차장으로 변하는 6번 국도 정체를 해결하지 못하는 심각한 모순에 빠진다”며 “원안 추진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강상면 종점 변경은 6번 국도 차량 정체를 해소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부는 예타 노선에서는 6번 국도 교통량이 하루 1만8095대, 대안 노선에서는 1만6천대로 예상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 대안 노선이 6번 국도 교통량 분산에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강하나들목’을 만들고 이 나들목을 통해 양평의 또다른 핵심 도로이자 확장 공사 중인 88번 국지도를 연계하는 것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강하나들목을 설치하려면 지리상 6번 국도 연계는 불가능했고, 88번 국지도 연계가 가능했다”고 했다.
전문가 중에서도 대안 노선이 6번 국도 정체 해소 효과가 떨어진다고 진단한다. 한 도로 설계 전문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는 차량이) 서울-양양(춘천) 고속도로가 정체되어 빠져나와야 할 경우 6번 국도를 이용하게 되는데, 정체를 해소하려면 예타 노선이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타에 참여했던 한 도로·교통 분야 전문가는 “대안 노선이 6번 국도 혼잡 완화엔 다소 마이너스일 수 있지만, 광역 도로망 구축 측면에서는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이승욱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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