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추진 ‘조건’으로 야당의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확산 중단과 사과를 내거는 등 연일 정치 공세를 이어갔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종점 변경 과정을 둘러싼 의혹 해소와 이를 통한 사업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과의 정쟁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원희룡 ‘백지화 선언’ 의혹 키워
원 장관은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의혹) 확산을 중단하면 오늘이라도 (사업을) 정상 추진하겠다”며 “중단되어서 무기한 끌다 보면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을 거두지 않으면 사업을 아예 중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원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를 의혹의 진앙지로 지목하며 “거짓 선동으로 몰고 온 민주당 전·현직 대표 두분부터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야당이 의혹을 제기했다고 사업을 엎어버린 것은 대국민 갑질”이라며 “원 장관이 책임 행정으로 풀어야 될 고속도로 문제를 완전히 정쟁으로 돌려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도로·교통 분야 전문가도 “원 장관은 애초 종점안이 어떤 기술적 검토와 절차를 밟아 변경됐는지를 국토부가 설명에 나서기도 전에 돌연 백지화 선언을 했다”며 “원 장관의 돌출 행동이 의혹을 키운 결정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후 언론·야당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
■ 국토부 석연찮은 업무 처리…선별적 자료 공개
국토부가 대안노선 검토(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 비용·편익(BC) 분석을 하지 않은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용역회사에 제시한 과업지시서에는 용역 착수 5~8개월째 비용·편익 분석을 하도록 되어 있다. 원 장관 역시 지난달 29일 국회에 나와 비용·편익 분석을 거쳐 종점안이 변경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야당 의원의 질의에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 장관이 내세웠던 노선 변경의 주요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토부가 종점 변경 과정의 절차적 타당성을 검증할 자료 제출에 한달 가까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대표적으로 국토부는 ‘타당성조사 중간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야당과 언론의 거듭된 요구에도 “보고서 형태의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지난 23일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누리집에 게시한 자료들에는 중간보고서가 대거 포함됐다. 또 타당성조사를 맡은 용역사의 ‘과업수행계획서’(지난해 3월 작성) 중에 종점 변경을 언급한 본문 4개 페이지가 누락됐다가 국회 항의에 부랴부랴 추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공문서 위조’ 가능성을 주장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최하얀
chy@hani.co.kr 서영지
yj@hani.co.kr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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