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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윤석열 정부에선 연례행사…재계, ‘비리 총수’ 광복절 특사 건의

등록 2023-08-08 06:00수정 2023-08-15 09:52

이중근·박찬구·이호진에 ‘국정농단’ 최지성·장충기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광복절 특사’ 대상으로 재계가 건의한 명단에 또다시 비리 총수와 기업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론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양상이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해치는 사면권 남용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들이 법무부에 건의한 광복절 사면·복권 기업인 명단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법무부는 오는 9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특별사면과 복권 대상자를 선정해 사면권자인 윤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친재벌 행보가 뚜렷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계는 기업인 사면을 요청하는데 거리낌 없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신년 특사 때 사면 대상이 정치인 중심이어서 이번엔 경제인 위주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투자 활성화 등 기업인 역할이 중요할 때인 만큼 사면 여론도 우호적이라고 본다”며 “건의 대상 대부분이 현재 수감 상태가 아니어서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을 대거 사면·복권했다.

사면 건의 대상에 오른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은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의 공범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지난해 3월 가석방됐다. 이들은 뇌물공여의 배경이 된 ‘불법합병 및 회계사기 사건’의 피의자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최 전 부회장은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형사재판이 진행중인 사람에 대한 사면은 선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사면되면 지난해 이재용·신동빈 두 회장에 이어 국정농단 사건으로 처벌받은 기업인들은 모두 법적 면죄부를 받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 김혜윤 기자, 김태형 기자, 공동취재사진 unique@hani.co.kr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 김혜윤 기자, 김태형 기자, 공동취재사진 unique@hani.co.kr

재계가 사면을 건의한 비리 기업인들은 모두 ‘취업제한 대상’이다.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5년 동안 범죄 행위와 관련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비리 기업인들에게 사면·복권은 취업제한과 경영복귀를 막는 ‘족쇄’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86억원의 횡령액이 인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경영 활동에 나서 ‘불법 취업’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지난해 광복절 특사 이후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박찬구 명예회장은 2018년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법무부가 취업 승인을 불허했는데도 소송전을 벌이며 2021년 5월까지 대표이사 회장직을 유지했다. 불법 취업 상태로 매년 수십억원의 연봉을 챙긴 점도 논란이다. 뒤늦게 지난 5월 소송을 취하하고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지만, 재계에서는 소송전을 포기하고 사면을 노리는 전략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호진 전 회장은 ‘황제 보석’ 논란 속에 2018년 말 구속돼 3년형을 선고받고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출소 이후 또다른 비리 혐의가 잇따라 불거져 여러차례 고발된 상태다. 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사익편취 및 일감몰아주기 의혹, 골프장 회원권 매입 강요 의혹 등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는 2020년 8월 횡령·배임 등 12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하다 이듬해 8월 가석방됐다. 지난 6월 전남 순천 고향마을 주민과 학교 동창 수백명에게 1명당 최대 1억원씩을 증여해 사면용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부영 쪽은 “오래전부터 여러 곳에 개인 기부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사면을 건의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현재 다른 비리 혐의로 고발됐거나 형사재판중인 이들도 있다”며 “대부분 취업제한 대상인 비리 기업인들한테 일거에 면죄부를 주는 사면권 행사는 헌법 취지에 반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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